고신용자 中 중·저소득자 절반 육박
천하람 "성실 상환자에 상 대신 벌 내리면 신용사회 뿌리째 흔들릴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것처럼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0.1%포인트(p) 올려 더 걷힌 이자를 저신용 차주에게 이자감소 형태로 분배한다고 가정할 경우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1.9%p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고신용자(신용점수 840점 이상)의 대출금리를 0.1%p 인상하면 1인당 연간 11만원씩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말 기준 고신용자 차주 수가 1301만명이므로 이들에게 대출금리를 0.1%p 높이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4300억원 증가한다.
고신용자 이자를 0.25%p 올릴 경우엔 1인당 연 27만6000원, 1%p 인상한다면 1인당 110만4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이하 모든 자료는 한국은행 가계부채 DB를 토대로 추산)
주목할 점은 고신용자이면서 중·저소득인 차주가 총 627만명으로, 전체 고신용자의 절반에 육박(48%)한단 점이다. 고신용자이면서 저소득인 차주(202만2000명)도 16%에 이른다. 고신용자라는 이유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소득이 높지 않은 차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 당시에도 '고신용자=고소득자'라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고신용자에게 대출금리를 0.1%p 올려 이자를 더 부담시킬 경우 저신용자(186만1000명)의 대출금리는 1.9p% 낮출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고신용 차주의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액을 저신용 차주에게 이자감소 형태로 분배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이 경우 저신용자 1인당 연 77만2000원의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문제는 저신용자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금리 인하는 금융사의 부실화를 촉진할 수 있단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기준 저신용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3.8%로 2021년 1분기말 대비 7.4%p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상환능력이 떨어진 한계차주들이 대거 유입돼 연체가 장기화되는 등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열심히 일해서 성실히 대출 갚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해 온 성실 상환자들에게 상은커녕 벌을 내린다면 신용사회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