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 트럼프 평화안 '가자 정부' 언급, 네타냐후 마음은 잡았지만…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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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1.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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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가자전쟁 종식 계획 20항, 72시간 내 인질 석방
하마스 무장해제 후 사면… 팔레스타인 위원회 꾸려 자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국제안정화군(ISF) 창설해 이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가자지구 전쟁 종식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가자 재개발이 진행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개혁 프로그램이 충실히 수행되면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국가 수립을 향한 신뢰할 만한 길이 마침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 계획 20항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이 명시됐다. 국가로 인정하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며 반발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 주민이 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동의했다. 이제 중재국인 카타르는 하마스를,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안보 내각을 설득해야 한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동 고문이자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고안한 가자 휴전 계획 20항이 지금까지의 휴전 방안과 달리 차별화되는 대목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중동 국가들의 다각적 설득이 트럼프를 움직였다.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 분관 앞에서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 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에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으며, 하마스 동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AP=뉴시스
국가 설립 시기나 방법을 직접 명시한 게 아니고 현실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망을 인식한"(19항) 결과다.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국가 설립에 대한 이견이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의 제안을 수용하는 데 걸림돌이 됐으나, 결국 네타냐후가 전향적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압박과 전쟁을 끝내라는 국내외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53%가 전쟁을 중단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극우 내각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연립 정부가 붕괴될 위험이 없지 않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수석 연구원인 스티븐 쿡은 "전쟁 종식이 가까워졌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무장 해제를 결심해야 하고, 네타냐후는 안보 내각을 설득해야 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이 트럼프의 총 20항 계획을 받아들이면 전쟁은 즉시 종식된다. 이스라엘군(IDF)은 인질 석방을 준비하기 위해 합의된 전선 바깥으로 물러나고 이 기간 모든 군사 작전이 중단된다. 완전한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모든 전선은 동결된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해안 도로를 따라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고 있다./AP=뉴시스
계획에 따르면 양측의 합의 수용 후 하마스는 72시간 내에 모든 인질을 송환하고 이후 이스라엘은 종신형 수감자 250명과 구금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한다. 또 이스라엘 인질 1명의 유해와 가자주민 15명의 유해를 맞교환한다.

인질 송환 후 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하마스 대원들에겐 사면이 주어진다. 가자지구를 떠나려는 이들에겐 수용국으로의 안전한 퇴로가 제공된다. 합의가 수락되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즉시 이뤄진다. 기반 시설과 병원 및 제빵소 복구, 잔해 제거와 도로 개방에 필요한 장비가 반입된다. 배급품은 유엔이나 적신월사 어느 쪽과도 무관한 '기타' 국제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가자지구의 행정은 정치 혹은 종교색이 없는 '기술적' 관료들로 팔레스타인 위원회를 꾸려 행정을 맡고, 새로운 과도 기구인 '평화위원회'가 이를 감독한다. 이 기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해 다른 국가원수들이 위원을 맡는다. 평화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가자 통제권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찾을 때까지 가자지구의 재개발 틀을 설정하며 자금을 관리한다. 기존에 언급됐던 가자주민의 강제이주는 없다.

지난 7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자지라 텐트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직후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부상당한 소녀를 안아 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추후 가자지구는 비무장지대로 유지되고, 자체 안보를 책임질 경찰력을 육성하기 위해 이집트와 가자 임시 국제안정화군(ISF)이 창설된다. ISF가 가자의 새 경찰력과 함께 이스라엘, 이집트와 협력해 국경 안보를 지원한다. 합의된 해체 절차를 통해 무기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이 모든 절차는 독립 감시 기관의 검증을 받는다.

하마스와 다른 세력이 가자 통치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이스라엘도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합병하지 않는다. IDF는 합의된 비무장화 기준과 이정표에 따라 가자에서 철수하고 ISF에 점진적으로 이양한다. 다만 가자지구가 테러 재발 위협에서 안전해질 때까지 안보 경계선은 예외로 한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 전 카타르 공습에 대해서 카타르 총리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20개항 계획에 동의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개입은 반대해 항목에 들어간 내용과 다소 결을 달리했다. 또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시기, 방법이 이날 제안에 명시되지 않은 점 등 불분명한 부분들도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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