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무장해제 후 사면… 팔레스타인 위원회 꾸려 자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국제안정화군(ISF) 창설해 이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 계획 20항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이 명시됐다. 국가로 인정하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며 반발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 주민이 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동의했다. 이제 중재국인 카타르는 하마스를,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안보 내각을 설득해야 한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동 고문이자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고안한 가자 휴전 계획 20항이 지금까지의 휴전 방안과 달리 차별화되는 대목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중동 국가들의 다각적 설득이 트럼프를 움직였다.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53%가 전쟁을 중단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극우 내각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연립 정부가 붕괴될 위험이 없지 않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수석 연구원인 스티븐 쿡은 "전쟁 종식이 가까워졌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무장 해제를 결심해야 하고, 네타냐후는 안보 내각을 설득해야 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이 트럼프의 총 20항 계획을 받아들이면 전쟁은 즉시 종식된다. 이스라엘군(IDF)은 인질 석방을 준비하기 위해 합의된 전선 바깥으로 물러나고 이 기간 모든 군사 작전이 중단된다. 완전한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모든 전선은 동결된다.
인질 송환 후 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하마스 대원들에겐 사면이 주어진다. 가자지구를 떠나려는 이들에겐 수용국으로의 안전한 퇴로가 제공된다. 합의가 수락되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즉시 이뤄진다. 기반 시설과 병원 및 제빵소 복구, 잔해 제거와 도로 개방에 필요한 장비가 반입된다. 배급품은 유엔이나 적신월사 어느 쪽과도 무관한 '기타' 국제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가자지구의 행정은 정치 혹은 종교색이 없는 '기술적' 관료들로 팔레스타인 위원회를 꾸려 행정을 맡고, 새로운 과도 기구인 '평화위원회'가 이를 감독한다. 이 기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해 다른 국가원수들이 위원을 맡는다. 평화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가자 통제권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찾을 때까지 가자지구의 재개발 틀을 설정하며 자금을 관리한다. 기존에 언급됐던 가자주민의 강제이주는 없다.
하마스와 다른 세력이 가자 통치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이스라엘도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합병하지 않는다. IDF는 합의된 비무장화 기준과 이정표에 따라 가자에서 철수하고 ISF에 점진적으로 이양한다. 다만 가자지구가 테러 재발 위협에서 안전해질 때까지 안보 경계선은 예외로 한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 전 카타르 공습에 대해서 카타르 총리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20개항 계획에 동의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개입은 반대해 항목에 들어간 내용과 다소 결을 달리했다. 또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시기, 방법이 이날 제안에 명시되지 않은 점 등 불분명한 부분들도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