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반대가 인종차별 아니라는 궤변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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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종차별철폐위 강도 높은 경고…‘정부 주도’ 중재와 해결 촉구
2025년 9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대구 무슬림 사원 건립 갈등의 평화적 해결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 용혜인, 신장식, 손솔, 그리고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일다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5년째 장기화되고 있다. 2021년 대구 북구청의 갑작스런 공사 중지 명령 이후, 대법원이 공사의 적법성을 확인했음에도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올해 봄에도 대구 시내 번화가에는 무슬림을 향한 증오를 조장하는 특정 정당 명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대현동엔 무슬림 유학생을 양심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사태는 단순히 지역 내 건축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이 소수 인종과 문화,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회로 퇴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성과 존엄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5월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이례적으로 이 사안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이행을 촉구하는 최종 견해를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요구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대구 무슬림 사원 건립 갈등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국회의원 용혜인, 신장식, 손솔, 그리고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다.
 
국가가 방관을 넘어서 ‘인종차별 행위를 한 것’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20년 시작되어 2025년까지 완공되지 못하고 있는 대구 이슬람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종교와 인종의 ‘복합차별’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위법과 부작위가 갈등을 장기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갈등으로 인해 한 지역이 5년 넘게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련 국가기관은 이 현상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사원 건립은 2020년 9월 적법한 건축 허가를 받은 후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2021년 2월 일부 주민들이 ‘슬럼화 우려’ 등을 이유로 탄원서를 제출하자, 북구청은 바로 당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김지림 변호사는 북구청의 명령이 대법원에서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행해진 처분”이며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음을 상기시켰다. 이처럼 법적 검토나 당사자 의견 청취 기회도 없이 이런 행정 처분이 가능했던 것은 그 대상이 “이주민이었고, 또 무슬림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공사 현장 주변에 인종차별적인 현수막이 게시되었음에도, 북구청은 “적법한 집회 신고 등을 하고 현수막 게시를 했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옥외 광고물법상 인종차별적 게시물 금지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지림 변호사는 “이 사안을 ‘전혀 인종차별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무슬림에게 금기시되는 돼지 머리와 족발, 삼겹살 파티가 현장 앞에서 자행되었을 때도 “대구 북구청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고, “돼지머리는 사원건축을 반대할 목적으로 사용 중에 있어 해당 주민에게 필요한 물품이므로 (치워야 하는) 폐기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행정기관의 태도가 단순 방치를 넘어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슬람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조력”한 것이며, “국가가 인종차별 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UN 인종차별철폐위 “무슬림이 혐오발언의 표적이 되는 가장 악명 높은 예”
 
국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국제인권기구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제2조 제1항은 “체약국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와 인종 간의 이해증진 정책을 적절한 방법으로 지체 없이 추구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무려 1978년에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CERD)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2023년 1월 18일 대구 북구청 앞, 이슬람 사원 갈등과 혐오차별을 방임하는 북구청 규탄 집중행동이 진행됐다.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23년 8월, 유엔 종교와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3인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4차례의 조정회의와 3차례 갈등관리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답했지만, 김지림 변호사는 실상 제대로 된 통역도 없는 “구색만 갖춘 회의”였다고 비판했다.
 
올해 4월 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CERD)에 대한 제20·21·22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대구 이슬람 사원에 대한 시민사회의 독립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이에 인종차별철폐 위원이 정부에 “대구 이슬람 사원 건설과 관련하여 이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지” 질의했고, 정부는 “현재 무슬림 인권침해 현수막 등은 없으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구 현장에서 바로 인권침해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촬영해 인종차별철폐 위원에게 전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종차별철폐 위원이 정부에 재차 질의하자, 한국 정부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결국 2025년 CERD 심의에서,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구 무슬림 사원 갈등을 “무슬림이 혐오 발언의 표적이 되는 가장 악명 높은 예로 지목하며, 최종 견해에서 ‘별도 항목’을 할애해 정부의 효과적인 중재와 증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의 신속한 철거를 촉구”했다.
 
김지림 변호사는 “이렇게 별도 항목이 나올 정도로 CERD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부분은, 후속 조치로 1년 안에(2026년 5월 7일 이전) 정부 주도의 중재절차 이행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는 중앙정부(외교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와 지방정부가 합동으로 진행해야 할 책무이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인종차별 전문가와 통역인 등을 포함한 테이블에 모여 앉는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람사원 반대가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소훈 고려대학교 국제대학 부교수는 대구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것이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장들에 대해 분석했다.
 
첫 번째는 ‘(차별 문제가 아니라) 다중시설 건축 관련 주민 민원’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소훈 교수는 “차별적인 인식과 민원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차별적 인식이 민원을 유발했고, 민원 해결 노력을 지체시켰다는 것”.
 
그리고 “해당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임대가와 학생 밀집도의 장점으로 공공시설, 상업시설, 편의시설 등이 많다. 더불어 이미 반경 500m 내에 14곳의 종교 시설(기독교, 천주교, 불교, 철학원 등)이 밀집한, 종교 시설이 유난히 많은 동네”임을 강조했다.
 
또한 “반대의 근거로 제시된 ‘무서운 집단적 의식 행위’, ‘무슬림의 횡포’, ‘슬럼화’ 등은 대학원생이 많은 유학생 집단에게 상식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피부가 검기 때문에 무섭다’는 등의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논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민원이 유발이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토론회에서 이소훈 교수는 “이슬람사원 반대가 차별이 아니라는 의견에 대해: 인종과 이주의 연구 관점에서”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이슬람사원 반대 세력과 극우 세력과의 연결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다    


두 번째는 ‘이슬람은 인종이 아니므로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다. 이 교수는 “인종은 ‘근대적 구성물’이자 ‘역사 사회적 구성물’이며 ‘집단적 상상’의 결과일 뿐 (실제로는) 생물학적, 유전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종 및 인종화 과정은 ‘구별과 다름이 생물학적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으며, 우월성과 열등성을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ERD는 이미 이슬람 혐오가 “인종주의적 혐오”임을 명확하게 밝혔으며, “종교적 정체성이 인종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훈 교수는 “특히 이슬람 혐오에는 이용되는 ‘유럽의 노고존(우범 지역)이 이슬람 때문’이라는 주장은, 미국 보수 언론의 영향이며 해당 보도는 정정 및 사과 방송을 했지만 ‘가짜뉴스’로 계속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글로벌 극우 세력의 결집으로 유포되는 정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이슬람 사원 논란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배광식 대구북구청장이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이소훈 교수는 “이런 발언은 이슬람 사원과 반대 주민 간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지방자치의 장이 정부 기관의 중립성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북구청이 내린 공사 정지 결정의 불법성이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으로 볼 때 굉장히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질책했다.
 
반대 입장의 주민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슬람 사원이 생기면 지대 가치가 하락하냐에 대해서 연구”를 해봤다며, 그러한 주장에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 제일 오래되고 제일 큰 용산 무슬림 사원 지대가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실 현재 건축허가를 받고도 공사 중지를 당해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받고 있는 쪽은 무슬림 사원 측”이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미루는 국가가 인종주의 키운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다.”고 운을 뗐다. 정 대표는 “정부가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 하나 고치지 못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계속 미루는 태도가 시민들로 하여금 ‘인종차별을 계속해도 별 탈이 없겠구나’라는 인식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또한 ‘시민 인식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다’는 정부의 시각을 비판하며, ‘시민 인식을 저해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건강보험이 막대한 흑자(8년 연속 흑자, 지난해만 9천439억 원으로 역대 최대 흑자 기록)를 내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국민들이 ‘외국인들이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가짜 뉴스를 믿게 만든다.”고도 덧붙였다. 이완 활동가는 “혐오표현을 혐오표현이라고 부르고, 인종차별은 인종차별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은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과 조사관은 “지난 5년 동안 위원회가 더 한 발짝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죄책감과 답답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조사관은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법적 규제 외에도, 북구청과 대구시가 자율 규제를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그것에 대해서 프로그램도 운영해 보고, 같이 만남의 자리도 가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현신 법무부 인권정책과 사무관은 “CERD의 최종 견해에 대해 ‘엄청난 압박’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대구 무슬림사원 문제를 1년 내에 보고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종 결의 이행을 위한 전반적인 점검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인종차별 금지 관련 법제 정비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과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이주민, 외국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공생을 위한 진지한 발걸음이 필요하다. 이번 국회토론회 패널들은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은 단순한 민원 조정이 아니라 ‘인종차별 사안’임을 밝히며, 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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