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가해’로 끌어들이는 생태계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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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기넷’ 대표 나가모리 스미레 인터뷰
디지털 성폭력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그룹 ‘히이라기넷’(hiiraginet.studio.site) 대표 나가모리 스미레(永守すみれ) 씨. “피해자도 가해자도 만들지 않는다.”를 모토로 하고 있다. (페민 제공)    


일본에서는 학교나 학원 등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대상 불법촬영 사건이 잇따라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불법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는 디지털 성폭력 사건이다. 어린이와 학생에 대한 성적 착취 사건들인데, 그 촬영자가 어린이인 경우도 있다. 디지털 성폭력을 감시하는 그룹인 ‘히이라기넷’ 대표 나가모리 스미레(永守すみれ)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온라인에 안전한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불법촬영, 아동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이별 후 보복성 성관계 영상 유포)와 ‘개인정보 노출’ 등의 행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인터넷상에서 퍼지는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몇 시간 만에 수백만 뷰라는 규모로 확산되는 SNS 구조에 의해 차원이 다른 심각한 피해를 불러온다. 피해자 중에는 어린 여성이 많으며, 남성 피해자도 있다.
 

‘히이라기넷(ひいらぎネット)’은 나가모리 스미레 씨와 동료들이 만든 자원활동 그룹이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불법촬영 영상 등을 감시하고, 피해자를 비롯해 경찰과 학교, 교육청 등에 그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경찰청의 수탁을 받아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핫라인센터(IHC)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에도 통보한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온라인상에 안전한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나가모리 씨.
 
이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몇 년 전, SNS에서 본 게시물 하나였다. 학교 안에서 여자 고등학생을 불법촬영하는 계정을 고발하는 일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하는 게시물이었다.
 
생생한 피해 영상을 보고,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나가모리 씨는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경찰 등의 수사가 전혀 해당 사건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꼈다. 내 아이가 언젠가 저런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래서 온라인 감시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은 성실하게 하고 있지만, 즉효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과 함께 몇 개나 되는 소셜미디어를 감시하지만, 일반적인 검색 사이트를 통해서는 발견되지 않는 ‘다크웹’이라는 것도 있다. 입장 시에 불법촬영 동영상 실물을 요구하는 커뮤니티도 있어 들어가기조차 어렵다.
 
또한, 다종다양한 어플이 끝없이 개발되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페이크 영상과 동영상도 퍼지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 측에 하는 통보나 계정 동결 대책도 교묘해서 매일매일의 감시활동은 다람쥐 쳇바퀴 상태다.
 
통보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피해자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는 의견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성폭력 피해는 그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응하지 않으면 온라인에 계속 남아 확산되며, 그로 인한 협박과 강간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갈등을 느낄 때도 있지만 피해자에게 사실을 통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어린이들까지가해로의 초대
 
어린이가 가해자가 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불법촬영도 많다. 이와 관련해 나가모리 씨는 사진과 동영상을 거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트리거(특정 행동이나 감정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라고 생각한다.

사진과 동영상을 거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불법촬영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나가모리 씨는 지적한다. 커뮤니티 내 ‘디지털 성폭력 참여자의 계급’ 피라미드. (나가모리 스미레 제공)    


 
그런 커뮤니티 안에는 계급이 있다. 가해 이미지를 제작, 업로드, 판매하는 사람이 최상위에 있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들에게 “굉장하다”, “신의 능력”이라며 칭찬한다. 또한 소비자도 계급이 있다. 불법촬영 영상을 전매-전재해 수입을 얻는 어필리에이터(제휴하거나 마케팅하는 사람), 영상 구매자와 확산자, 그리고 열람만 하는 사람 순이다. 자기보다 위 계급으로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으며, 유동적이다. 이 구조가 어린이를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불법촬영 행위는 악이 아니다. “보기만 하는 것이니 괜찮다”거나, 나아가 “치마를 입은 사람은 (카메라에) 찍히길 원하는 것” 등의 발언도 횡행하는 환경이다. 거기에 휩쓸려 들어간 어린이에게 가해를 부추기는 어른들이 있다. 커뮤니티 내 전용 은어를 쓰면서, 학교와 개인을 지정해 몇천 엔, 몇만 엔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불법촬영을 의뢰하는 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고, 학교에도 각자 한 대의 컴퓨터와 태블릿이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간단한 일이다. 범죄라는 자각조차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촬영은 ‘성적 자태 등 촬영죄’라는 범죄다. 하지만, 가해를 부추긴 어른은 범죄자가 된 아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싶은 어른이 무방비 상태의 어린이에게 가벼운 톤으로 불법촬영을 부추기는 게시물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나지만, 그 결과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어린이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 행위는 탭 하나로 완결된다. 한순간이지만, 그 영향의 심각성과 확산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어른들이 스크럼을 짜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가모리 씨는 말한다.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만들기에 모든 어른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성적 자태 등 촬영죄’란?
 
불법촬영 행위와 그렇게 촬영된 영상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일본에서 ‘성적 자태 등 촬영죄’에 해당한다. 어떤 법률인지 가미타니 사쿠라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23년 일본에서 형법 개정으로 불법촬영은 특별형법으로 처벌하게 되었습니다. 법률명은 길지만, 줄여서 ‘성적 자태 등 촬영죄’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법률에서는 상대의 동의 없이 성적 부위나 속옷을 촬영하거나 불법촬영하는 것 외에도, 그 영상을 제3자에게 건네거나 온라인에 올리거나 하여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행위 등이 처벌됩니다.
 
형량은 불법촬영 자체가 3년 이하의 구금형, 혹은 300만 엔 이하의 벌금,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볼 수 있는 상태로 한 행위 등에는 5년 이하의 구금 혹은 500만 엔 이하의 벌금, 혹은 둘 다라고 정하고 있으니 상당히 무거운 범죄로 취급합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고 사진을 발견했다면 바로 캡처해 경찰서에 가야 합니다. 길에서 ‘불법촬영 됐을지도 모른다’고 느낀 경우에도 경찰에 신고하기를 권합니다. 동일한 피해상담이 이미 있거나, 범인이 이미 잡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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