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기대보다 우려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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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달 업’ 규정해 언론·유튜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악의’ 추정 요건 논란…봉쇄 소송방지 특칙 “실효성 의문”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20일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집권여당의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공개됐다. '타인을 해할 의도'를 갖고 허위조작정보 유통시 최대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해 연내 통과시킬 계획인데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선 오남용을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0일 공개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내용이다.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해도 최대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했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된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의 최초 발화자에도 동일한 책임을 부여한다. 규제 대상은 '정보전달을 업으로 하는 자' 가운데 콘텐츠 개수 및 조회수, 구독자 규모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한다. 언론은 물론 채널 규모가 큰 유튜버도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기 위해선 '악의' 추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원 명령에도 게재자가 사실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본문에 없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제목·자막 등으로 강조한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한다.

추가적인 규제 수단도 마련했다. 특위는 손해배상, 정정보도 판결 등을 통해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반복적으로 유포한 사실이 법원에 의해 확인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논의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당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용자가 거짓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또는 불법정보를 생산·유통해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까지 더해지며 반발에 직면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른바 피해구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유튜버 쯔양 사례처럼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타인을 해할 목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여러 차례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5·18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반복적으로 유포해 온 스카이데일리에도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는 점도 변화다.

▲ ⓒiStock
다만 일반 시민에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지적도 있다. 손지원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변호사)는 구독자수, 조회수 등 법 적용 기준을 언급하며 "일반 시민이 그 대상이 되는 사건이 얼마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이미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있어 개인 피해자가 있는 정보는 처벌이 되고 있고 임시조치 제도도 있는 상황에서 개인 피해자 구제에 더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요구해 온 정치인과 기업인 등에 대한 청구권 배제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특위는 합당한 이유 없이 무리하게 소송을 남발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방지 특별규칙을 마련해 법원에 봉쇄 소송이 맞는지 별도의 판결을 구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전략적 봉쇄 소송이 인정될 경우 소송 절차가 중단되고 소송 비용도 부담하게 하는 식이다.

특위는 특별규칙이 의미 있다고 보지만 언론계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노종면 의원은 지난 20일 "정치인과 대기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건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며 "봉쇄 소송이 인정되면 문제를 제기한 정치인은 대국민 창피를 감당해야 하기에 '일단 걸고 보자'는 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언론노조는 지난 20일 "법원이 실체를 따져보기도 전에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며 소송 자체를 각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인 대상 공표 명령 역시 의무조항도 아니고, 의무화한다고 소송 남발 억제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기존에 발표된 허위조작정보 관련 규제안들과 마찬가지로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규제 대상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언론노조는 "추정 요건엔 취재원 공개를 강제하거나 내부 제보를 위축시킬 조항 등이 포함돼 있고,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 등의 추상적 요건 역시 존재한다"며 "새로 포함된 최초 발화자의 배상 책임 역시 자칫 내부고발 등의 제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비판과 감시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명예훼손을 넘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는 너무 넓어서 자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크다"며 "악의의 추정 요건 역시 매우 광범위하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내부고발이나 탐사 보도, 정당한 의혹제기까지 틀어막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방미통위가 허위조작정보에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은 정부 비판 보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방미통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이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아닌 '정보전달을 업으로 하는 자'를 규제하게 되면서 이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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