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이재명에 당하고 있는 것보다 칼 하나 쥐어야” 제안
“메신저 역할 했으면 하는 희망 있었다”… 사외이사직 사퇴 예고
윤정식 사외이사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KH그룹 부회장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다고 밝혔다. 해외 도피 중인 KH그룹 회장의 한국 귀국 요청 민원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만든 것이다.
'쌍방을 대북송금 사건'은 문재인 정부 당시 쌍방울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KH그룹은 2018년 쌍방울그룹과 함께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였던 아태평화교류협회를 후원한 기업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형을 확정했으며,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검찰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윤정식 사외이사는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 KH그룹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사외이사는 지난해 5월 조 모 KH그룹 부회장과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밝혔으며, 조 부회장에게 "지금 이재명에게 당하고 있는 것보다 이쪽도 칼 하나 쥐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통화와 관련해 윤정식 사외이사는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이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비리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어떤 것(비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외이사는 '윤석열 정권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도록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메신저) 역할을 했으면 하는 희망으로 통화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영 의원은 "윤정식 사외이사는 정치 브로커, 특히 검찰이라는 국가 공권력을 활용해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사외이사는 "죄송하다. 그때 내가 생각이 짧았다"며 "그때 이후 생각이 날 때마다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윤 사외이사는 지난해 6월 식사 자리에서 배상윤 회장의 한국 귀국에 대한 논의가 나왔고, 최 홍보기획비서관은 이에 관여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윤정식 사외이사는 '윤 사외이사는 정적(이재명 전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것에 모종의 역할을 하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하니 큰 건인 것 같아서 연결하려 했던 것 아닌가'라는 노종면 의원 지적에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사외이사는 KT텔레캅 사외이사 직책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윤정식 사외이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로 청주·충주MBC 대표이사, KT 부사장, OBS 사장을 역임했다. KT는 윤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23년 윤 사외이사를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했으나 노동조합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결국 내정을 철회했다. 윤 사외이사는 지난해 5월 KT텔레캅 사외이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