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선 이틀 전 MBC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주최한 '공영방송 제도 혁신과 재원구조의 재설계' 세미나가 언급됐다. 여권 소수 이사로 분류되는 류일형 이사는 "(세미나에서) 수신료 배분 이야기까지 거론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굉장히 예민한 문제가 아닐까. 선제적으로 잘 대처를 해야 될 사항이 아닌가. 자칫 우리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랄까 이런 것들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라면서, 이에 대한 박장범 KBS 사장의 견해를 물었다.
그러자 박장범 사장은 "논의 자체를 제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MBC나 일부 단체에서 목표가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염두에 뒀을 거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수신료라는 재원에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공영방송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류 이사는 "공영적 성격이 전혀 없는 방송이 있겠나. 그렇지만 MBC와 KBS는 분명히 정체성이라든지 갈 길이 다르다고 보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런 행사에서 이런 모습이 되는 것은 상당히 조금 저는 유감스럽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쨌든 대응을 어떻게 할지는 집행부(경영진)의 판단이겠지만 내부적으로 우리끼리라도 대응 방안은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날 언급된 세미나는 MBC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지난 6월 설치한 '공영미디어(PSM) 정책연구포럼'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주최했다. 세미나에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축사를 위해 참석했다. 당초 이 세미나를 예고하면서 MBC 공영미디어연구소는 "이번 정책 세미나에서 제안하는 정책과제와 토론이 공영방송제도 혁신 및 관련 법체계 개편에 요구되는 단기·중장기 정책 과제의 발굴, 범사회적 논의의 확장, 그리고 제도적 구현과 실천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KBS 내부서 "자괴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세미나 직후 KBS 내부에서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KBS 경영진이 자리보전에만 골몰하고 있는 사이, MBC는 공영방송과 관련한 의제를 제안하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형국"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세미나에선) 공영방송의 재정위기에 대응해 공적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언급됐다. 그동안 학계에서 제기된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를 넘어, 공영방송의 성과에 따라 수신료를 배분해야 한다는 도전적인 의견까지 제시됐다"라며 "기실 어제 토론회는 MBC가 아니라 KBS가 열었어야 마땅했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을 자임하는 KBS가, 방송 환경 변화에 대응해 논의의 주도권을 쥐어야 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어 "공영방송 공적재원 논의에 수신료가 얹혀가고 있는 상황에 KBS는 어떠한 의견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파우치 박장범'은 수신료 통합징수가 본인의 성과라고 포장하는데 바쁘고, 한술 더 떠 수신료 인상을 띄웠다가 황급히 철회했을 뿐"이라면서 "윤석열 내란정권 이후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했음에도 경영진은 본인들의 자리보전에 필요한 이벤트만 홍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11월)부터 TV수신료 통합징수가 재개된다. 앞서 2023년 당시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징수해온 수신료 분리징수를 단기간에 강행해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는 공영방송 KBS·EBS의 재정 위기와 독립성 침해 논란, 현장 혼란 등을 야기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수신료 통합징수법(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통합징수 복구 주장이 나온 가운데 올해 4월 국회 본회의에서의 재표결로 통합징수법이 통과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