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을 향해 이강일·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은 △부당노동행위 △언론 보도에 대한 기사 삭제 요청 등 '언론 입막음' 행위 △기자단 만찬 취소 과정에 대한 위증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강일 의원은 허 원장에 "노조위원장에게 '싸가지 없다', '건방지다'라는 발언을 했느냐"고 물었고 허 원장은 "기관의 정상 운영을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야하는 연구를 하는 곳인데 기관장이 되어서 왜 노동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신장식 의원은 "충남지노위에서 '싸가지 없다' 발언 외에도 '김일성, 김정일 같다'는 발언으로 인해 부당노동행위 인정을 받았는데 이의 신청을 했다"며 "국책연구기관 노조를 이런 식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정문 의원은 "부당노동행위 문제도 심각하고, 언론 입장에서는 이를 보도할 만하다. 그러나 증인은 이를 보도한 오마이뉴스, 대전MBC 기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고 언중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며 "통상 다른 공공기관은 해명 자료 등을 내는데 자료를 내지도 않고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출입기자단의 반대로 기자단과 허 원장의 만찬이 취소된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했는데 허 원장은 "만찬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창민 의원 "원장 답변은 명백한 위증"
이에 한창민 의원은 허 원장의 답변이 거짓이라며 증거를 제시했다. 한 의원은 노동연구원 관계자와 기자단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기자단 내부 공지, 허 원장과의 만찬 여부에 대한 기자단의 투표 결과 자료를 제시하며 허 원장의 주장이 위증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자단 간사는 기자들에게 간담회와 만찬 일정을 안내한 후, 동료 기자들이 허 원장의 기사 삭제 요구과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으로 압박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만찬 참석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투표에 참여한 36명의 기자 중 28명은 만찬을 취소하자고 투표했고 6명은 허 원장을 제외하고 만찬을 하자고 의견을 냈다. 최종적으로 36명 중 34명이 허 원장과의 만찬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허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은 후 만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자단 만찬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기자단 36명 중 34명이 만남에 반대를 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것 자체도 초유의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만찬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허 원장은 "지금 말씀하시니까…"라고 답변을 했다.
한 의원은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허 원장이 국민 앞에서 위증한 것이 증거를 통해 확인된 만큼 정무위가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허 원장에 대한 임면 권한을 가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직무대행에게 "정부출연기관법 시행령상 법령 위반은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며 "즉시 해임 절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관리 감독 기관으로서 기관장 해임요청 권한을 가진 국무조정실에도 즉시 해임요청권을 발동하라고 요청했다.
허재준 원장 측은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14일 "당일 만찬은 그간 연구원 출신 OB들과 연구원 재직자 등이 모여서 진행을 하였고, 출입기자단이 함께 해서 진행한 적은 없다"며 "올해 개원기념토론회는 실질에 치중하고 형식은 최소화하여 진행하기로 의논하여 기자 간담회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 하였다"고 답변했다.
한편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허 원장의 노조지부장을 향한 모욕적 언행 등을 포함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허재준 원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2월에 임명됐고, 임기는 내년 2월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