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열린 회의, 계엄 일주일 전 공지해 허위조작정보 대책 논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한덕수 총리가 2023년 10월4일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통일부 등 유관 부처에 긴급 지시해 만든 '범부처 TF'가 2년간 3차례의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회의는 2023년 10월16일 열렸고, 안건은 'TF 운영 방향 및 부처별 가짜뉴스 등 관련 업무 추진현황 공유'였다. 두 번째 회의는 4개월 뒤인 2024년 2월16일 이뤄졌고, 안건은 '자체 모니터링, 검색 필터링 조치 등 플랫폼 자율규제 협의사항' '부처별 업무 현황 공유'였다.
세 번째 회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발동한 이틀 뒤인 2024년 12월5일 열렸다. 안건은 '부처별 추진 현황 및 허위조작정보 대책 논의'였다. 공교롭게도 10개월 간 회의를 열지 않다가 비상계엄 직후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 것이다. 비상계엄 포고문에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라는 내용이 있어 후속 조치를 위한 회의였을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가 제출한 회의 안건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안)'을 포함해 AI 생성물 표시제, 사업자 자율규제 추진 등을 공유했으며 법무부는 '명예훼손 등은 전담검사 통해 엄정대응 및 상시협력 체계 구축'을 공유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 추진 배경 및 현황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안) 관련 부처별 수행 가능한 부분에 대해 논의",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 단계의 논의가 필요한 바, 적극적인 입법 지원을 비롯하여 시행 가능한 현실적 방안 고려 필요" 등이다.
3차 회의에는 방통위에선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가짜뉴스대응팀 팀장과 사무관이 참석했다. 방통위는 다른 부처 참석자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조작정보 대책을 논의했지만 방통위는 회의록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범부처TF 회의는 참석 부처별로 관련 제도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자유토의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별도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점 양해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조인철 의원은 "비상계엄 국면에서 국무총리 지시로 만든 TF를 10개월 만에 가동하고, 심지어 위원장도 없는 1인 체제의 방통위가 이를 주도했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허위조작정보 대책 등 논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범부처 TF 설립 당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라며 "범부처 TF가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의 '가짜 여론, 가짜 뉴스' 방지 의무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 국론 분열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범 후 법안 마련 등 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2023년 10월1일 한국 대표팀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네이버와 다음은 사이트 내에 '한국 VS 중국' 응원페이지를 마련했는데 다음에선 중국 응원하기 비율이 91%, 한국 응원하기 비율이 9%를 기록하자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은 2023년 10월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한덕수 총리에게 관련 내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긴급 현안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통위, 법무부,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유관 부처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