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다큐멘터리 ‘더 보다’ 작전 세력이 된 기자들 다뤄
지난 5일 공개된 '더 보다' 76회 <개미 홀리기 - 작전 세력이 된 기자들> 편에서는 기자들이 소형 특징주 기사를 쓰면서 수억 원대의 이익을 올린 사례와 함께, 기자들이 호재성 기사를 쓰면서 해당 회사의 주식을 받아 이익을 얻는 수법 등을 취재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한 관계자가 나와 특징주 기사를 써준 기자에 1000만 원 씩 준 적이 있다는 폭로도 등장한다.
앞서 지난 7월 전현직 기자 20여 명이 특정 종목을 사들인 후 호재성 기사를 작성하고 팔아 수익을 얻은 '선행매매'로 금융 당국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이 보도됐다. 선행매매를 한 기자들은 소형주는 사측 보유 물량이 많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비교적 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기자들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미리 사둔 종목을 '특징 주' 기사로 썼다. 소형주일수록 정보가 없어 특징주로 다뤄지면 가격이 쉽게 올랐다. 기자 한 명당 최소 수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건은 KBS의 단독보도 등으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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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선행매매에 연루된 기자들이 대부분 경제지 출신이라고 전하며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도 있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모 지역 언론사로 옮겼으나 최근 퇴사를 했고 또 다른 기자 역시 더 규모가 작은 언론사로 옮긴 이후 퇴사했다고 전했다.
KBS 해당 다큐에서는 주가조작 세력과 함께 움직인 기자들도 있느냐는 물음에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이 가려져 등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자를 '쫀칭'이라 부른다고도 했다. '쫀칭'이란 작전 세력에 동참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기사가 나간 후 '개미'들이 홀려 주식을 사면, 그들은 그때 주식을 파는 수법으로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KBS 제작진이 만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씨는 특징주 기사가 중요하다면서 특징주 기사를 쓴 기자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씨는 "주가가 5% 이상 올라가면 특징주 기사로 쓸 수 있고, 특징주 기사로 쓰면 HTS(주식매매전용프로그램)으로 주식하는 사람들은 다 볼 수 있다. 그렇게 눈에 띄고 주가가 오른다"며 "OOO 기자에게 기사를 부탁하고 1000만 원씩 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 씨는 "호텔에서 기자를 만나 돈을 주고 뷔페 식사를 사주기도 했다"며 "홍보회사가 각 언론사와 계약을 하면서 기사를 잘 써주는 기자들한테 로비를 한다"며 4명의 기자를 언급하기도 한다.
한편 해당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송수진 KBS 기자는 지난 9월 제419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 기자는 수상 소감으로 "우리는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그 믿음으로 권력도, 기업(인)도, 제도도 비판한다"며 "설령 그 대상에 우리 기자가 오른다 해도 비판은 유효하고, 믿음은 변함없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