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제주도민 국민 아린 상처 소금뿌려 헤집어놔”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참여)는 8일 발표한 성명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인가?"'에서 "국민들의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의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다"라고 규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3 유족과 시민단체의 정중한 요구도 무시한 채 7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인정되지 않으면 저는 쉽게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용기 내서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한 사실을 들었다.
이들은 특히 4·3 당시 제주도민들에 대한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에 감사 표시한 것을 두고 "3만 4·3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며, 10만의 넘는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까지 투입되는 공당인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나가겠다는 공개된 인증에 불과하다"라며 "4·3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은 합법을 가장한 4·3 왜곡과 폄훼를 담은 현수막, 영화 등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인 박진경, 함병선 등을 추도하는 비석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4·3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을 이제라고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에 이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자신도 건국전쟁2를 연휴 중 관람했다면서 건국전쟁2가 극우라는 일방적 주장에 동의 못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건국전쟁2에 대한 공권력의 조직적 방해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영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존중하나, 영화 상영을 권력이 막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김덕영 감독님의 포부대로, 건국전쟁5편까지 나오길 응원한다"라고 썼다.
오대영 JTBC 앵커는 지난 7일 저녁 '뉴스룸' <4·3 왜곡 논란 '건국전쟁2' 관람/"우클릭만으론" 당내서도 터졌다> 앵커멘트에서 장동혁 대표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를 관람한 뒤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말도 했다면서도 "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JTBC는 리포트에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성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라며 "당내에서는 걱정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중도층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라며 '우클릭만으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단 건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라고 보도했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뉴스9' <'건국전쟁2' 관람…"역사적 사실도 입틀막"> 리포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해 100만 관객을 모았던 '건국전쟁' 후속작을 보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제주 지역 정치권 등도 비판을 쏟아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라며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하는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을 옹호하는 내란 당의 대표답게 뻔뻔스럽다.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 지역구이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한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제주 홀대와 제주도민 무시는 사실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총의였다는 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라며 "당장 도민들과 유족들께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8일 논평에서 "수십 년간 억울하게 숨죽여 살아오길 강요당하다 국가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한 것이 지난 2005년이며 아직 채 치유와 위로가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아린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뿌려댄 장동혁 대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비판했다.
건국전쟁2의 김덕영 감독은 지난달(9월) 27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영화가 편향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결정을 두고 "2년 넘게 미국 국립기록문서보관청에서 발굴해 낸 객관적 기록문서, 기록 필름 등이 어떻게 편향되었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며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제주 4.3 인민유격대의 민간인 공격에 대한 증언 등이 '편향'되었다면, 영진위는 편향성이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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