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법 4일 “상당한 정도 조사 진행… 출석요구 응하지 않은 것도 사실”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의 체포 50시간 만에 풀려난 이진숙 전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경찰이 세운 수갑을 그래도 사법부에서 풀어줬다. 재판장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한 뒤 "이재명 주권국가에서는 대통령의 뜻에 대통령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법정에 구치소에 또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상징 함의가 여러분이 보는 화면에 담겨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이진숙 당시 방통위원장을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해 8월부터 지속적으로 보수 유튜브에 출연하고 자신의 SNS에 글을 게시하는 형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행위가 정치활동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과 이달 여섯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 2일 이진숙 전 위원장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체포했다. 이날 오후 5시40분쯤 영등포경찰서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들 앞에서 이진숙 전 위원장은 "전쟁이다.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정청래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저 이진숙한테 수갑을 채우는 겁니까?"라며 "민주당과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일을 하는 집단이다.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다"라고 외쳤다.
이후 이진숙 측 임무영 변호사는 곧바로 체포적부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이 4일 체포적부심이 열린 서울 남부지법을 찾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박충권·최수진 국민의힘 의원들을 포함해 배현진·조배숙·최보윤·박수민·강선영 국힘 의원 등이 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서울남부지법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4일 오후 3시 체포적부심사 결과 이진숙 전 위원장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았으며,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다"라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는 하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피의사실 중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음은 일응 인정할 수 있고,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 공소시효로 인한 사안의 시급성에 비추어 피의자로서도 자신의 출석 가능한 일정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최대한 신속히 출석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피의자의 회신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피의자가 사전에 스스로 약속한 마지막 출석 예정 일자에 결국 불출석하게 된 이유로 들고 있는 국회 출석이 과연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남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변호인이 제기하는 일부 의문점에 충분한 경청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