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재가 해제되면 김정은이 왜 핵을 포기하겠나"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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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5.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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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3원칙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에 동아일보 “멀어지는 비핵화”, 한겨레 “실효성 있는 대북 접근법으론 부족”
정청래 “대통령도 갈아 치우는데 대법원장 뭐라고”…조선일보 “권력 악용”
▲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 접근법으로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해당 3개 요소를 병행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인데, 25일 주요 신문에선 개념이 불명확해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성향 언론에선 사실상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것이라는 지적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E·N·D 이니셔티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개념으로,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는 방안으로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대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교류를 통한 신뢰 구축, 관계 개선, 비핵화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며 선순환하는 구조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방안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남북관계 경색에 'END'…돌파구 찾기 고육책>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를 '비핵화는 절대로 없다'고 선언한 북한을 향해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고민의 결과로 풀이했다. 다만 한겨레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고 과제별 우선순위도 매겨지지 않아 '장밋빛 청사진'이란 우려와 한반도 정세에 전환점이 될 새로운 '평화 선언'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고 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에선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先後 없다는 END 멀어지는 비핵화>에서 "'엔드 구상'으로 북한 비핵화 목표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 북-미 수교를 허용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핵 인정 논란에 대해 "교류와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거나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도 "END 이니셔티브는 핵심 과제인 비핵화가 교류나 관계 정상화보다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관계 정상화를 내세운 것은 동족과 통일을 부정하는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을 불렀다"며 "정부는 냉정한 현실 진단에 기반한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선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유연하고 과감하다. 거기에 깔린 우리 역할에 대한 한계론이나 당장의 대화 진전을 위한 현실론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 양보나 북-미 직거래 용인으로 읽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교류는 제재 해제를 수반한다.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아무 이유 없이 제재를 풀어주는 것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수십 년에 걸친 비핵화 노력을 무위로 만드는 것"이라며 "제재가 해제되면 김정은이 왜 핵을 포기하겠나. 관계 정상화는 북미 수교를 목표로 한 것인데 이는 미국의 북핵 용인을 의미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김정은이 한미의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인 접근' 자체가 의미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면서도 "자칫 정부가 교류나 관계 정상화에만 매달리다 정작 비핵화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설령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 해도 검증을 거부한 채 제재 해제만 챙기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포기라는 북한의 주장을 덜컥 받아들인다면 북한 핵만 용인하는 최악의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향후 정책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개념 등이 불명확해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각각의 개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이것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단(동결)·축소·폐기(비핵화)의 3단계 접근법은 어떤 관계인지 등이 불명확해 실효성 있는 대북 접근법으로 삼기엔 아직 부족해 보인다"며 "특히 북한이 거부하는 남북 교류를 시작하기 위한 '창의적 접근법'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관련해 국민,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무엇보다 대북정책은 국민과 함께 가야 추동력이 생긴다"며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궁극적 목표이고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 구상을 두고 일각에선 북핵을 용인하는 것이냐, 두 국가론을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 및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북한을 향해 "북한이 진정 국제사회 일원이 되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해야 한다. 미국이든 남한이든 이 대통령이 말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청래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조선일보 "권력 악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국민들은 헌법 유린, 삼권분립 훼손, 부정 비리, 국정 농단, 내란 사태 등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께서는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엔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두고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적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여당 메시지 '혼선' 사법개혁 동력 흔들>에서 당내에서도 사법부에 대한 메시지 혼선과 거친 언사를 동원한 압박이 오히려 사법개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경향신문에 "여당이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야당처럼 개인플레이 하는 것은 좀 자중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경향신문에 "겨냥을 잘못해 과녁을 못 맞히면 오히려 사법개혁이나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다"며 "사법부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조 대법원장 문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조 대법원장 거취나 사법부 개혁과 관련해 최근 여당이 보이는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 대표의 최고위원회 발언과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필요 이상의 과도한 표현은 입법부·행정부를 차지한 여당이 사법부도 마음대로 흔들려 한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며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법원 내 자성론마저 위축시켜 오히려 사법부 개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제목으로 사설을 낸 뒤 민주당이 권력을 정략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면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 계획서까지 처리했다"며 "청문회 증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했던 지귀연 판사까지 포함시켰다. 정작 비밀 회동설을 제기했던 유튜브 관계자는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청문회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대법원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 범위를 기존의 '직무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대법원장 한 사람을 잡기 위해 국가권력 총동원에 들어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국민이 잠시 위임한 입법권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던 대법원장을 겁박하고 사법부 전체를 길들이려 하고 있다"며 "위탁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략에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재명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의 국정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반대한 민주당을 두고 "삼권분립 훼손 논란까지 무릅쓰고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 처리한 민주당의 파죽지세가 실세 비서관 앞에선 180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청문회장으로 불러내려 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감싸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정치권의 순리와 원칙을 내던지는 행태다. 원칙과 형평을 저버린 이런 선택적 태도는 결국 국민 앞에서 스스로 권력의 편향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사법부가 국민 불신에 대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란 재판 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조처'를 요청했다고 한다. 관련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법부가 결자해지해야 국민 신뢰를 얻고, 개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는 우 의장의 말은 백번 옳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사법부는 입법부 수장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여, 가시적 조처를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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