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 내 정당한 문제 제기마저 묻히고 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2일 전체회의 '입법청문회'를 하던 중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의 건'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증인 창인 출석 요구의 건' 등 두 안건을 포함하는 의사일정 변경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센 반발에 나서자, 추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해 재석 위원 총 15인 중 찬성 10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격분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조국혁신당(박은정) 의원 등 만으로 간략히 토론을 한 뒤 가결처리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조희대 청문회'를 오는 9월30일 오전 10시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출석시킬 증인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 오경미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 박영재 대법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으로 나와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대법원장을 불러서 사법부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악수를 두는 이유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법부마저 파괴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권리는 누가 지키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등에서 조희대 회동설을 여러 차례 주장한 서영교 부승찬 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관해서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 이름으로 서영교 부승찬 의원을 고발 조치하였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런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선동 선전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데 대해 강력히 고발하고 제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영교 의원과 열린공감TV 등이 공개한 제보자 육성 중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라고 했다는 내용의 진위를 두고 최 의원은 "100% 거짓말이자 사기극이라 본다"라며 "이거에 대해서 계속 파헤치고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 법적 제재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법원장 정도를 흔들 정도면 아무리 제보가 오더라도 그걸 체크해서 제대로 된 한 장을 흔들어야 될 것 아니냐"라며 "그거 없이 어설프게 들어갔다가 핵심포인트를 놓쳐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서 전 부대변인은 자신이 '섣불리 의혹 제기한 부분들은 조금 더 살펴보고 다시 하겠다'라고 하거나 '심심한 유감을 표하면 된다'라고 당에 얘기했으나 서영교 의원이 되레 계속 주장하고 지도부는 발은 빼되 '수사는 받으라'라는 쪽으로 가니까 이제 못 빠져온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본류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그 정도로 사실 검증이 안 된 걸 국회의원이 상임위 현장에서 틀고 대정부질문을 한 것 자체가 성급했다"라며 "더 이상 논란을 확대하면 안 되는데 정청래 대표 등은 '억울하면 수사받아라'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 아무 의혹 제기나 하고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수사하라는 논리하고 똑같다"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그런 식으로 이슈를 다루면 안 된다. 그러니 오히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 내 정당한 문제 제기마저 묻히고 있다"라고도 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런 태도를 두고 "야당 때는 어느 정도 익스큐즈가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하는게 맞느냐"라며 "문제가 있는 거 같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고문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붙여 파기 환송한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조 대법원장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본인이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만들어 가지고서 자꾸 공방하는 건 내가 보기에는 민주당으로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