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연미씨 “비정규직 줄이고 기상캐스터 정규직화하라”
“차별과 혐오의 구조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 언론개혁 완성되나”
안 사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마련된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안 사장의 방문을 포함한 MBC 측의 응답은 어머니 장씨가 MBC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선 지 8일째인 이날이 처음이다.
안 사장은 MBC 정책협력국장 등과 함께 사전 예고 없이 농성장을 찾아 어머니 장씨, 직장갑질119, 엔딩크레딧 등 연대단체와 함께 약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유족 측은 안 사장이 고인의 근로자성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고, 기상캐스터 정규직화에 대해 '기상캐스터 계약이 끝나는 연말 전에는 결정하기 어렵고 재계약 시기에 맞춰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며 사실상 정규직화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전수조사 관련해선 '현재 전수조사 중이니 결과를 보고 판단하라'고 밝혀 요구안에 대해 진전된 내용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어머니 장씨 역시 "노동부 뒤에 숨어서 회사가 면피하고 있다. 아직까지 회사에서 요안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회사가 무엇인가를 가져와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 요구안에 대한 자세한 논의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오 캐스터 유족은 MBC에 △오 캐스터 노동자성 인정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유족이 동의하는 제3기관의 MBC 비정규직·프리랜서 실태조사와 고용개선 △안형준 사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상설 추모공간을 비롯한 명예회복과 예우 조치 △합당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 사장이 농성장을 찾기 직전엔 농성장 앞에서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발언에 나선 어머니 장씨는 이날 "오늘 아침에 눈 떠서 '요안나야 너가 간지 벌써 1년이 됐구나. 세월 너무 빠르다. 왜 너는 내 곁에 없는 거니'라고 물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장씨는 이어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농성장에 찾아와 요안나의 팬이었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감사하다. 저 하늘에서 요안나가 기뻐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공영방송 독립과 언론개혁을 말한다. 단순히 사장을 어떻게 뽑고, 이사진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노동자가 노동자를 짓밟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구조,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왕따시키는 구조, 이것이 침묵에 빠지는 구조까지 바꾸지 않는다면 어떻게 언론개혁이 완성될 수 있나"라고 물으며 "언론연대는 요안나의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책임있게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엔 유족의 단식 농성장 앞에서 '차별없는 방송, 착취없는 MBC' 고 오요안나 1주기 추모문화제가 진행된다. 유족의 연대 단체들이 꾸린 'MBC 고 오요안나 1주기 추모위원회'가 주관하는 추모문화제에선 시민사회와 방송현장에서의 추모 발언과 추모공연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