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 질문 받은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문 기회 마련 좋은 일"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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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코트워치·살아지구 영상 질문 눈길...살아지구 기자 “상시적 의견 교환 기회 있다면 좋을 것” 코트워치 기자 “매체 선정 과정 더 잘 보여야”
▲ 11일 오전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영상을 통해 질문한 코트워치 김주형 기자. 유튜브 '이재명'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최초로 독립언론이 참여했다. 처음 풀뿌리 지역언론을 초청했던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 이어 대통령실 출입 등록 매체가 아님에도 질문 기회를 마련해 다양한 언론과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오전 10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대통령실은 기후생태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 '살아지구', 사법 분야 비영리 독립언론 '코트워치' 등 2개 독립언론 매체에 사전 촬영 영상을 통해 질문을 받았다.

풀뿌리 지역언론 기자들이 생중계 화상 연결로 참여했던 취임 30일 기자회견과는 달리, 이번엔 사전에 미리 두 독립언론의 영상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에 속한 독립언론 중 분야를 고려해 두 언론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질문은 지난주 KINN 사무실에서 촬영했다. 질문이 중복될 경우를 대비해 각 사당 두 개의 질문을 촬영했고, 기자들이 정한 우선순위를 고려해 대통령실이 그중 한 개를 선정했다.

지난 기자회견에선 풀뿌리 지역언론 6개 중 한 매체만 질문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두 독립언론의 영상 질문이 모두 다뤄졌다.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질문한 김주형 코트워치 기자는 참사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해 물었다. 김 기자는 "현재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에선 참사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을 전달할 권리가 있다.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을 향해 참사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물었다.

▲ 11일 오전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유튜브 '이재명'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에 이 대통령은 "형사사법 피해자 보호는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일종의 사회적 재난에 해당될 수 있고, 우리 모두가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고를 매일 보고받고 있는데,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안 죽었을 사고가 너무 많다. 별로 피해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아직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이라며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 책무다.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보면) 미안하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회·문화·기타 분야에서 질문한 임병선 살아지구 기자는 대통령의 발전소 온배수 문제 해결 의지를 물었다. 임 기자는 "발전소 냉각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배출 기준이 사실상 없고 수온 규제도 없어 어민들과 갈등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다른 대통령이 직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온배수 문제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관련해 이 대통령은 "발전소 수온 규제가 없다보니 어민들 피해가 있고 생태계가 바뀌었다"며 "근본적으로 배출 온도, 배출 물질 규제는 필요할 것 같다. (임병선 기자가) 질문하신 것도 있고, 다른 루트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어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답했다.

"질문 기회 마련해줘 좋은 일"…참여 매체 선정 기준 불분명 아쉬움도

대통령실이 풀뿌리 지역언론에 이어 독립언론 기자들을 기자회견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매체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병선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에 "언론계에서 독립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따로 질문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실이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주형 기자도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언론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11일 오전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영상을 통해 질문한 살아지구 임병선 기자. 유튜브 '이재명'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다만 참여 매체 선정 기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 기자는 "코트워치를 처음 만든 뒤 가장 먼저 주목했던 이슈가 법조기자단 이슈였다. 기관에 출입하는 언론사를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대한 문제"라며 "대통령실이 (출입 매체를) 여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는데, 선정 과정이 좀 더 잘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기자도 "(참여하지 못한) 다른 매체에서는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생중계 참여에서 사전 영상 촬영으로 바뀐 질문 방식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임 기자는 "일단 촬영을 하면 질문 기회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니까 유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 기자는 "(영상 질문은) 미리 질문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니까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일회적 초청에서 끝나는 게 아닌 상시적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기자는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기자들 말고도 질문을 받아줄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운 좋게 제가 질문을 했는데 질문하고 싶은 다른 독립언론도 많았을 것"이라며 "상시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는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대통령의 개선 의지를 추가로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언론이 공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정보공개 제도인데, 사실상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 원문으로 바로 제공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며 "이 대통령은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데, 언론에 대한 지원보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을 확실하게 열어주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정보공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 인지 관련 질문을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김주형 기자는 사법 개혁 관련 질문을 추가로 준비했다. 김 기자는 "대선 시점, 김대중 정부때부터 지금까지 사법개혁이 어떻게 이뤄져 왔고 정부와 대법원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보도했었는데,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사법개혁의 성공 여부가 갈렸다고 봤다"며 "이명박 정부때부터 국회가 주체적으로 사법개혁을 하려 했었고, 국회가 안을 내면 법원이 거절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지금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되는데 (사법개혁 관련)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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