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달러도 2년 먼저 돌파 전망
TSMC 수혜… “경제 빠르게 성장”
한국이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파운드리(외부에서 반도체 설계도를 넘겨받아 생산만 하는 것)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운 대만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에 힘입어 비상하면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1인당 GDP가 지난해(3만6239달러) 대비 0.8% 감소한 3만5962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IMF 통계에 포함되는 197개국 중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한다.
반대로 대만은 올해 1인당 GDP가 3만7827달러로 지난해(3만4060달러) 대비 3767달러(11.1%) 증가해 38위에서 35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대로라면 2003년 한국(1만5211달러)이 대만(1만4040달러)에 앞서기 시작한 뒤 22년 만에 두 나라 순위가 다시 바뀌게 된다. 대만은 내년 4만1586달러를 기록해 한국보다 2년 먼저 4만 달러 선을 돌파한 뒤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 5년 뒤인 2030년(5만252달러)이면 5만 달러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한국은 4만4262달러로 대만보다 6000달러 가까이 낮다.
대만의 약진은 ‘반도체 굴기’를 바탕으로 절치부심한 결과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섬이 되겠다’며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는데 이 회사가 미국 엔비디아·AMD 등 AI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의 최첨단 공정 위탁 생산 허브가 됐다. AI 운영에 꼭 필요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 단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선단 공정 물량을 우선적으로 빨아들이면서 대만 전체의 명목 GDP가 크게 올라갔다.
AI 서버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도 관련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보지만 주도권은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가 쥘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면서 생산 잠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급상승한 원·달러 환율도 달러로 환산되는 1인당 GDP 산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요 투자은행(IB) 중 대만 경제를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일본 노무라증권은 “대만 경제는 3분기 들어 2분기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에서 7.6% 증가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