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국 맞서 생활 개변” 호소
외빈 영접서 중국 대표 최우선 예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하루 앞두고 경축대회 연설에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정신을 강조하며 체제 안정성을 과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행사에서 중국 대표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최우선 예우하며 북·중의 전통적 동맹과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경축대회에 참석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은 장구한 세월 동안 조국과 인민, 시대와 역사를 위해 이룩한 불멸의 업적으로 빛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동당 창건 이후 역사를 되짚으며 “인민을 위해 투쟁해 온 역사, 인민의 힘에 의거해 온 역사야말로 우리 당이 쟁취한 모든 승리와 영광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주의 위업의 최후 완성을 향해 더욱 배증된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며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 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수국’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통해 위부 위협을 부각하며 경제난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핵보유국으로서 외부 압력에 맞서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좀 더 버텨보자는 식의 고진감래에 방점을 찍은 대인민 호소”라며 “경제와 핵 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이 미국에 맞서는 대처노선임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권력서열 2위 리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이날 행사를 관람했다.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도 함께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귀빈을 영접하며 리 총리, 럼 서기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순서로 악수했다. 최고지도자인 럼 서기장보다 중국 대표인 리 총리부터 악수하며 중국을 최우선 예우했다.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 왼쪽에 럼 서기장이,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자리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럼 서기장 왼쪽에 앉았고, 박태성 내각 총리가 리 총리 오른쪽에 착석했다. 리 총리를 김 위원장 오른쪽에 앉힌 것 역시 서열과 외교적 중요도를 고려한 배치로 분석된다. 경축행사나 귀빈 영접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나 딸 주애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