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화 의지 내비친 김정은 “韓과 마주앉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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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3. 오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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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전제조건 비핵화 포기 강조
트럼프 방한 앞두고 관심 끌기
“핵 ‘전쟁 억제력’ 상실 땐 韓 괴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2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 “다시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선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도 남북 대화는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만약 핵 능력을 상실할 경우(제1사명) “제2사명이 가동돼 한국과 주변지역이 괴멸될 것”이라는 위협도 가했다. 북·미 대화 국면에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일 만수대의사당 연설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좋은 추억’을 말하며 ‘비핵화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한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올해 북한이 낸 메시지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북·미 대화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줄곧 미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내비쳐왔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성을 강조했다. 이는 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화 재개 여지를 남겨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트럼프를 특정 타깃으로 삼아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국제 사회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러시아와 밀착,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한 지정학적 안정감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과거 제재해제 요구 방식의 안보와 경제교환 방식은 불가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표현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APEC 계기 깜짝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핵 협상 구도 자체가 복잡하고 일정도 촉박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이 아직 파병의 대가로 받을 게 남아 있는 만큼 급박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할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도 “미국이 먼저 양보를 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에 대해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전쟁 억제력’이라는 핵무기의 ‘제1사명’이 상실될 때에는 ‘제2사명’이 가동된다며 “이 경우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잇단 유화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핵 위협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윤석열정부 때는 ‘대적 관계’라고 했는데 오늘은 ‘대한 관계’라고 하며 감정적 표현을 자제했다”며 “미국과 큰 틀에서 대화의 문이 열리면 한국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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