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조율 마무리 안돼…"끝날 때까지 끝난것 아냐"
추가협상 불가피…APEC 전 타결엔 "중요한 계기"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오후부터 상무부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했다. 지난 16일 이후 엿새만의 회담이며, 협상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실장은 협상이 끝난 뒤 상무부 청사 앞에서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두개라고 그랬고, 아주 많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또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다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협상이 마무리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김 실장은 협상이 막바지라고 봐도 되냐는 물음에 "협상이란 것은 늘 그렇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전 타결을 기대하냐는 질문에도 "우리에게 중요한 계기"라고만 답했다.
한미 정상은 오는 30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자리를 계기로 관세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만큼, 정상회의 전까지 추가 협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실장은 "(추가로 러트닉 장관을)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요하면 화상으로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순방길에 올라 말레시이아와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오는 29일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트닉 장관도 순방에 동행해 물리적으로 협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김 실장과 김 장관도 워싱턴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거쳐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사실상 당일치기로 방미 일정을 소화했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투자 펀드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 구조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저녁식사를 포함해 4시간여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19~20일 차례로 귀국해 21일 이 대통령 대면보고를 진행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다시 미국으로 향했는데, 내부적으로 조율된 방안을 들고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함이었다.
김 실장은 이날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협상은) 꽤 마지막까지 와 있다"며 "우리가 이번에 온 추가적인 주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미국이 조금 더 진지하게 이해해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에서도 3500억달러 투자 방식에 대한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전액 현금 투자를 주장해왔으나, 최근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리측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공항에서 "우리가 얘기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 그게 기준"이라며 "대전제는, 관세협상도 중요하고 한미간 서로 투자도 중요한데 대한미국 경제에 충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합의가 이행도 되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미국도 이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