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3.1% 인상 등 합의…주 4.5일제 도입은 노사 입장차로 논의 지속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시중은행 영업시간이 현행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유지된다.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금융노사가 앞으로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일 5차 산별교섭회의를 개최해 2025년도 임금협약 등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서 중앙노사위원회 관련 주요 합의사항을 보면 금융노사는 업무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각 기관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바에 따라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는 '고객 불편과 인건비 증가가 없어야 함'을 전제로 합의됐다. 이에 조기퇴근제 시행 이후에도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유지된다. 금융노사는 앞으로 주 4.5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금사협 관계자는 "조기퇴근제는 기관별 상황에 맞게 노사의 합의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시행시기 역시 각 기관 상황에 맞게 노사가 정하는 바에 따르는 것"이라며 "조기 퇴근시간을 넘어 근무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내의 근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수당 발생이 없는 것이 합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이번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가 주 4.5일제와는 무관한 합의 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노사는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기관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바에 따라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며 "노동시간 단축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년 산별교섭에서 주 4.5일제 본격 도입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 4.5일제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분야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권을 향한 날선 시각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과 관련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고 지목하며 업계 전반에 포용금융 확대 주문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사의 이번 임금협약 관련 내용을 보면 임금인상률은 총액임금 3.1%를 기준으로 해 기관별 노사가 상황에 맞게 별도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노조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7.1%의 임금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노사는 최근 금융권의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중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해 전체 산업부문의 협약임금인상률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4년 전 산업 협약임금인상률은 임금총액 기준 3.6%다.
일반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저임금직군에 대해서는 각 기관 상황에 따라 기준인상률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통상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지부노사가 정한 바에 따르기로 했다.
금융노사는 정년과 임금피크제 등 임금 관련 사항을 정부 정책과 입법 추이 등을 감안해 2026년도 단체교섭에서 지속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또 청년실업 해소, 양질의 일자리 유지·확대 등을 위한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금사협 회장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합의는 금융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중요한 실천"이라며 "금융노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