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와 '13시간 단체 여행'…피해자와 한 버스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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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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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뉴시스DB)*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건민 인턴 기자 = 자신을 성추행한 전직 마을 이장과 13시간 동안 단체 여행을 해야 했던 7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북 청송에 사는 피해 여성 A씨는 2019년 11월 전직 마을 이장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A씨의 집을 찾은 B씨는 대화를 나누던 중 A씨의 발을 만졌고, A씨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제로 끌어안고 A씨의 손을 자신의 중요 부위에 갖다 대는 등 추행을 저질렀다.

이후에도 B씨는 마을 업무 관련 서류에 서명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A씨 집을 찾아간 뒤 추행했고, A씨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반복했다.

A씨는 혹여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그동안 혼자 참고 지내다가, 2023년에 진행된 마을 총회 때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B씨는 성추행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지난 7월 출소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을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출소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해당 약속에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전해졌다.

문제의 사건은 B씨가 출소 약 두 달 뒤인 지난달 16일에 발생했다.

이날 A씨는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마을 단체 여행에서 성추행 가해자인 B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13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B씨의 동행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A씨는 "가해자를 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고, 온몸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함께 여행을 떠난 일부 주민들 역시 버스 앞쪽 통로에 자리잡은 B씨를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B씨에게 여행 참여를 권유한 인물로 현직 마을 이장이 지목됐다. 이에 대해 이장은 "B씨 아내를 통해 참석 여부를 물었을 뿐이지 권유한 게 아니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성추행 사건 이후 마을 이장이 두 번 바뀌었는데, 두 명 모두 B씨를 비호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씨가 이장을 맡았을 때 두 사람은 마을 운영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매우 친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B씨의 뒤를 이어 이장을 맡은 사람은 내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이후 중간에서 합의를 요구하며 괴롭혔고, 현재 이장은 마을 사업에서 나를 제외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에야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가 뒤늦게 취해졌다. A씨의 딸은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법의 벽은 너무 높고 두껍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제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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