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실 오인·법리 오해…무죄 판결 수용 어렵다"
김신혜 측 "위법수사·최초 자백 신빙성 입증하겠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아버지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가 사건 25년여만에 무죄가 선고된 김신혜(47)씨의 재심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과 김씨의 법률대리인은 항소심 법정에서도 한 치 물러섬 없는 진실 공방을 예고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1일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가 재심 1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김씨의 재심 재판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앞서 김씨는 2000년 3월7일 오전 1시께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수면제(독실아민 30알)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렌터카에 태워 돌아다니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뒤늦게 위법 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올해 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재심 1심 선고 재판에서 김씨에게 무죄가 인정됐다.
검찰은 사실 오인, 법리 오해를 들어 항소를 했다. 재심 1심 선고 10개월여만에 이날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김씨의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인정, 무기징역 판결이 확정됐었다"며 "위법 수집 증거 등 수사기관의 절차상 위반은 수사관의 실수에 불과하고 위법수집 증거의 배제 법칙의 예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가 자백하게 된 경위와 자백 내용의 주요 취지에 비춰 진술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 자백 내용이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고 김씨가 경험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한 재심 원심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검찰은 1심이 의문을 제기한 '위장 내 수면제 약 성분 흔적이 없다' 등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반면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김씨의 노트는 영장주의를 위배한 중대한 위법수사다. 숨진 아버지는 알코올·약물 투약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 '간에 좋다'는 딸의 말만 믿고 아버지가 수십알의 약을 먹었다는 말 역시 믿기 어렵다"며 "김씨의 체구 등에 비춰 유기 가능성도 없어보인다"고 맞섰다.
박 변호사는 "보험금 수령 등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는 다른 증언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내용상 모순이 있다"며 약학 전문가 등을 비롯해 위법 수사를 입증할 증인 다수를 재심 항소심 재판에서도 요청하겠다고 했다.
법정에 사복 차림으로 직접 출석한 김씨는 "검사 항소로 너무도 고통스럽고 괴롭다. (개인 질환에 대해선) 치료 중이고 회복하고 있다. 재심 2심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편견을 갖지 말고 공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검찰과 김씨 측 의견서를 검토한 뒤 재판부 내 합의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씨에 대한 재심 항소심 다음 재판은 12월16일 오후 열린다.
앞선 재심 재판부는 위법한 수사에 의한 증거 능력과 김씨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 신빙성을 부인하고 김씨에게 범행 동기가 없어 보인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씨가 범행 직후부터 피해자인 아버지가 발견된 3시간20분 사이 김씨가 친구를 만나려했던 행적 역시 무죄 판단의 근거로 봤다.
재심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된 직후 김씨는 수감 중인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