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에 지난해 5만명 몰려
"주관적…명확성 원칙 반해"
"타 집단과 형평성 고려해야"
13일 여가위 야당 간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위로부터 받은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 확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를 작성한 여가위 수석전문위원은 "혐오의 감정은 주관적이라 입증이 쉽지 않아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명시했다.
앞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 확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에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총 5만156명이 몰렸다.
취지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여성에 대한 증오를 동기로 하는 여성혐오 범죄는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성범죄, 성매매, 가정폭력, 스토킹 등 개별 법률에 따라 가해자 처벌(법무부) 및 피해자 보호(여성가족부)가 이뤄진다.
청원의 배경은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2016년 5월 서울시 서초동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김성민(34)씨가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여성만을 흉기로 살해했다. 그는 평소 여자들한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청원서에서는 "최근 발생한 여러 여성 대상 범죄 사건들이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거나, 여성혐오적 동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처리되고 있는 상황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혐오적 동기가 포함된 범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범에 포함시킬 것 ▲이러한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 ▲온라인을 통한 여성혐오적 발언, 사이버 성폭력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청원을 두고 검토보고서는 "현재 여성혐오 범죄가 명확한 정의 규정 없이 개별 범죄유형에 포섭돼 처리되다보니 개별법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혐오 범죄의 경우 입법공백으로 피해자 지원 및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청원은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감식을 높여 해당 범죄를 예방하고 여성혐오적 사회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혐오의 감정은 주관적이라 입증이 쉽지 않아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른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범죄 처벌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현행법 체계에선 범행동기를 가중처벌이 아니라 양형 조건에서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여성혐오 범죄의 정의 및 가중처벌을 법에 별도로 규정할지 여부는 여성혐오 범죄의 특정 가능성, 타 집단과 형평성, 현행 사법체계와 조화 여부 등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청원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여성에 한정한 혐오범죄 관련 규정 신설은 현행 법체계와의 조응 및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