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님, 회사서 운동회 한다면 좋아요?"

입력
수정 2025.10.23. 오전 5:5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성심당 운동회에 '직장 단합대회' 두고 와글와글
"사내 체육대회 부럽다…애사심 차원서 필요"
"쌍팔년도 아니고…차라리 하루 쉬게 해줘라"
'주52시간 근로제'·코로나19로 직장 야유회 등 퇴색


가을운동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빵만 맛있는 게 아니고, 회사도 멋지네~"(네이버 이용자 'cch***')

"직원들은 운동회 하는 것보다 기냥 하루 쉬게 해주는 걸 더 좋아합니다. 운동회 하고 내일 출근하려면 더 피곤하고 힘들죠."('dim***')

지난 20일 대전 명물 빵집 성심당이 직원 운동회를 위해 다음 달 하루 휴점을 공지하자 온라인에서 이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찾아가는 명소인 성심당의 휴점 소식은 많은 '헛걸음'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로서 관심을 끄는 동시에, 평일인 월요일 장사를 포기하고 직원 단합을 위한 행사를 연다는 점에서 훈훈함을 안겨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 문화에 대한 예상치 못한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이 "차라리 그날 하루 휴가를 주는 게 낫지 않으냐"고 지적한 것이다.

오늘날 직장 단합 행사는 '소통의 장'인가, '부담스러운 의무'인가.

성심당 전 매장 휴무 공지
[성심당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활기찬 시간 보내겠다" vs "쉬게 해주는 게 복지" 성심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11월 3일은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모이는 연례행사 '한가족 운동회' 날"이라며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더 밝은 에너지로 돌아오겠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다"(네이버 이용자 'fij***'), "이런 내용은 전국민 재난문자로 발송해주세요"('sk7***')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fas***'는 "멋지다. 예전엔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마다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사라졌음. 물론 직원 입장에선 쉬는 게 더 낫겠지만, 회사입장에선 애사심 차원에서 필요함"이라고 썼다.

또 블라인드 이용자 'I***'는 "사내 체육대회 하는 회사 부럽다", 'H***'는 "단체활동은 가야지"라고 호응했다.

유튜브에는 "신입사원 때 체육대회 준비조여서 고생했지만, 돌이켜보면 다 추억이다"('I_a***'), "너무나 재밌어 보인다"('box***')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반대로 직장 단합 행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네이버 이용자 'son***'는 "갑자기 옛날 회사에서 토요일에 단체로 등산갔던 생각나네. 직원들 하루 모아서 운동회 할 돈으로 보너스 나눠주고 단체로 쉬게 해주는 게 복지임. 임원들은 놀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골프치러 가든지…"라고 썼다.

또 "직원들은 운동회 하는 것보다 그냥 하루 쉬게 해주는 걸 더 좋아한다"('dim***'), "이 행사비를 1/N 해서 전 직원에게 나눠 주고 하루 재충전하라고 하는 게 직원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eve***'), "쌍팔년도도 아니고 체육대회 하는 회사가 있나"(유튜브 이용자 '오지터***') 등 부정적 댓글이 적지 않았다.

[블라인드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주 52시간 근로제'·코로나19로 바뀐 직장 문화 "예~ 과장님! 내일 등산요? 새벽 5시요? 아이 좋아라. 저 산 진짜 좋아하잖아요."

12년 전인 2013년 인기를 끈 tvN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회 말미, 깜깜한 퇴근길에 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해태(손호준 분)는 이렇게 '억지 춘향'으로 대답을 한다.

1994년의 엑스세대였던 해태가 이제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2013년의 직장인이 됐음을 그린 것이다.

실제로 직장 야유회·체육대회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주말에 그런 행사를 벌이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회사 차원이 아닌, 상사가 주말에 사적으로 주도하는 산행이나 워크숍 등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진행됐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와 코로나19를 거치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2018년 6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친목 도모를 위한 워크숍은 노동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당시 발간한 '근로 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진행되는 워크숍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고, 소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토의나 교육 등은 연장근로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친목 도모나 여가 활동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후 주말 단합대회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상사의 사적인 주말 소집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대상이 됐다.

1980년대 사내 체육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도 평일 야유회면 업무보단 낫지" 직장인들은 주말이 아닌 근무시간에 단합대회를 여는 것에 대해 대체로 업무보단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사에서 평일에 운동회(야유회) 한다면 어떨까'라는 번개 설문을 올리자 응답자 30명 중 63%가 '그래도 야유회면 업무보단 낫지'를 선택했다.

23%는 '그냥 휴가를 줘!', 13%는 '회사 분위기 올리는 데 필요하다'를 골랐다.

댓글에는 "주말에 하는 것보단 낫다 생각"('고수***'), "칼퇴+노회식이면 땡큐지"('lII***'), "평일 유급 운동회면 좋지"('lii***') 같은 반응이 달렸다.

그렇다면 단합대회는 '필참'해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행사 강제 여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장경원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는 "만약 행사가 평일 근무 시간 중에 열리고 참석이 의무라면, 이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참석 여부를 자율에 맡기고 친목 도모 목적이라면 근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주말 단합 행사를 강제로 시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만약 불참 시 불이익이 따른다면 근로 시간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며 "주말 행사의 경우 대체 휴무나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원 메이데이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일부 기업은 '토요일에 행사를 진행했으니 월요일에 하루 쉰다'는 식으로 휴일 대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평일과 달리 주말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라면 강제성이 없기에 노동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haemong@yna.co.kr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경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