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아래서 찾은 또 다른 무덤…"구조 변화 보여주는 실마리"

김예나 기자
입력
수정 2025.10.20. 오후 3:12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경주 황남동 1호 조사 의미는…"덧널무덤→돌무지덧널무덤 변화 담겨"
당대 장례 풍습 등 향후 조사 필요…APEC 맞춰 27일부터 일반 공개


'신라 장수'의 무덤은 어땠을까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 모습. 무덤은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조성됐으며 30세 전후 신라 장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25.10.20
yes@yna.co.kr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신라 천 년의 숨결이 깃든 경북 경주에는 시내 곳곳에 낮은 산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모두 옛 무덤이다.

나무로 곽을 짠 뒤 주위에 돌을 쌓고, 흙을 덮는 방식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은 신라 문화권에서만 확인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라 금관이 발견된 금관총, 남북으로 이어진 지름이 120m에 달하는 황남대총, '천마도'가 발견된 천마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신라 특유의 무덤 형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모습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 모습. 무덤은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조성됐으며 30세 전후 신라 장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25.10.20
yes@yna.co.kr


신라 무덤을 연구해 온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경주 황남동에서 확인된 덧널무덤(목곽묘)에서 그 과정에 대한 단서 혹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심 교수는 20일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황남동 1호 목곽묘는 신라 고분의 변천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올해 3월 조사에 착수한 무덤은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로 짠 곽 안에 널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덧널무덤 형태로, 5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무지덧널무덤인 황남동 120호 무덤 아래에서 발견됐다.

무덤 구조 설명하는 심현철 계명대 교수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심현철 계명대 교수가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호 덧널무덤(목곽묘)에서 무덤 구조와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는 말과 사람의 갑옷과 투구 등이 출토됐다. 2025.10.20
yes@yna.co.kr


조성 시기를 놓고 보면 약 10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새로 확인된 무덤에서는 말과 사람의 갑옷과 투구, 철로 만든 창·칼 등 무기류가 나와 중장기병(重裝騎兵·중무장을 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무사)이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구진은 출토 유물을 볼 때 당대 최상위 신분의 신라 장수(將帥)로 추정했다.

무덤 주인 곁에서 금동관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금속 조각 일부가 확인되고 금귀걸이, 큰 칼, 덩이쇠 등이 나온 점이 근거다. 가까운 관계로 볼 수 있는 순장자 흔적도 나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20
yes@yna.co.kr


자문에 참여한 박준현 국립부경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경주 쪽샘 C10호에 이어 사람과 말 갑옷이 모두 확인된 사례"라며 "위계로 놓고 보면 황남동이 상위"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600년 전에 만든 무덤은 구조나 형태 측면에서 주목된다.

흙을 쌓아 올린 부분을 뜻하는 봉토(封土)는 다소 낮고, 무덤 주인의 시신을 안치하는 주곽 주변과 그에 딸린 부곽 일부에 돌을 쌓아 올려 나무 곽을 보강한 형태다.

기존의 덧널무덤이나 돌무지덧널무덤, 어느 하나로 볼 수 없는 셈이다. 이번 발굴을 두고 신라 무덤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과도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주 황남동 1호' 발굴 조사 설명회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에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가 조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무덤은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조성됐으며 30세 전후 신라 장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25.10.20
yes@yna.co.kr


심 교수는 "무덤 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통적인 덧널무덤에서 돌무지덧널무덤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획기적인 연구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현재 경주 시내에 남아있는 돌무지덧널무덤 아래에도 이런 형태의 (과도기적) 무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추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길어야 100년, 그 사이에 무덤을 위·아래로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향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기존에 무덤이 있는 곳에, 왜 연이어 무덤을 조성했는지는 연구할 부분"이라며 "향후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주낙영 경주시장이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20
yes@yna.co.kr


심 교수는 "잘 알려진 큰 무덤을 축조한 세력과 그 이전 세력이 어떤 관계였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시기가 다른 무덤의 연관성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황남동 1호 무덤은 새로운 무덤을 발견한 것을 넘어 신라의 고분 양식이 변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이달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발굴 조사 현장을 공개할 방침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천년 고도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발굴"이라며 "우리 국가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1호 덧널무덤(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 외부 모습. 이 무덤은 4세기 말∼5세기 전반에 조성됐으며 30세 전후 신라 장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25.10.20
yes@yna.co.kr


yes@yna.co.kr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