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 이행 안했지만 계약무효 땐 가입자가 불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5.6.5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을 둘러싼 소송에서 가입자들에게 미지급분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삼성생명이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전체 보험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면 오히려 계약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회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생존연금액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긴 뒤 연금처럼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상품 유형 중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뒤 만기에 이르러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다.
삼성생명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가 낸 순보험료(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금액 일부를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며 2017년 금융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생보사들에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1심은 회사가 가입자들에게 일부 금액을 공제한다는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적립액 공제 방식은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고 삼성생명이 필요한 설명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삼성생명이 설명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보험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면 가입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포괄적 지시조항만으로는 설명의무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산출방법서는 복잡한 산식으로만 이뤄져 있어 별도 설명 없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계약 전부를 무효로 보는 것이 오히려 보험계약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피고가 각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생존연금액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원고들의 미지급 생존연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원심 판단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보험사들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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