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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올해 초부터 무역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선박을 향해 추가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전선을 넓힌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에 대등하게 맞서겠다는 자신감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경제일보는 15일 논평에서 전날 개시된 미국의 중국 선박 대상 항만 수수료 추가 징수를 "중국 해운업과 관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제 해운과 글로벌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했다"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동일한 항만 수수료 부과 조치는 도발이 아니라 법규에 따른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위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은 일(문제)을 일으키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모든 부당한 탄압에 맞서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지킬 결심·능력·수단을 갖추고 있으므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 해사·물류·조선 영역에 차별적인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부터 관세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미중은 스위스 제네바(5월)·영국 런던(6월)·스웨덴 스톡홀름(7월)·스페인 마드리드(9월)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잇따라 열며 국면을 관리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고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 등 카드로 맞서며 다시금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전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인 필리조선소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한국까지 양국 갈등의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됐다.
중국중앙TV(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중국 상무부가 전날 한국 기업 제재와 미국 선박 수수료 인상 등 일련의 대응 조치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메시지 중 "싸우려면 끝까지 싸울 것이고(打, 奉陪到底) 대화하려면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談, 大門敞開)"라는 대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당국은 미중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올해 5월부터 미국을 겨냥해 맞대응하면서 해당 메시지를 네 차례 냈는데, '대화'를 '싸움' 앞에 놨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싸움'을 '대화'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기업 제재나 희토류 등 전략 자원 수출 통제처럼 대응 카드가 늘어난 만큼 미국을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북경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중국의 정밀한 (희토류 등) 반격을 맞아 트럼프 정부는 다음 달부터 대(對)중국 관세 100% 인상이라는 말을 꺼냈다"며 "진부한 대응은 미국이 궁지에 몰린 모습을 다시금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최근 몇년간의 대결로 우리는 상대방의 진짜 실력을 똑똑히 파악하고 '거래의 기술'을 꿰뚫어 봤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상태를 단련해 '공포증' 환자가 점차 줄어들었다"면서 "단결일치된 중국 인민은 비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언제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체는 "대외무역 영역은 압박이 작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업주는 자발적으로 수중의 비(非)미국 주문을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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