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오는 25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다. 그가 남긴 유산은 산업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생명과 연대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유족이 결정한 총 1조원 규모의 의료기부는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치료,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으로 확장되며 ‘기부의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은 사회의 사명”이라 말했다.
유족들은 그 뜻을 잇기 위해 2021년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한 3000억원을 기부했다.
희귀질환 환아는 질환이 다양하고 환자 수가 적어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이 기부는 어린이 환자의 치료 인프라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의료진을 격려했다.
당시 행사에는 치료를 받은 아이들과 가족 100여명이 함께해,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이 얼마나 의미있게 쓰였는 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간 이어지는 치료 네트워크
3000억원을 기반으로 2021년 출범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에는 전국 160여개 의료기관, 1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소아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부문으로 나뉘며, 2030년까지 10년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 과제가 진행됐고, 2024년 말 기준 2만2462명의 환아가 지원을 받았다.
이 중 약 1만명이 병명을 진단받았고, 치료를 이어가는 환아도 4000명에 달한다.
특히 진단이 어려웠던 희귀질환 환아들이 병명을 확인하고 치료 방향을 찾게 된 것은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공동연구 부문은 전국 병원 간 환아 임상자료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균등한 수준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감염병 대응 체계에도 남은 유산
유족은 7000억원을 감염병 대응력 강화를 위해 추가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2000억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 인프라 확충에 쓰이고 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중환자 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연구시설 등을 갖춘 150병상 규모로, 2028년 완공 예정이다.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유명 인사들도 'KH 유산'의 선순환에 동참하고 있다. BTS 정국은 2023년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삼성서울병원 주희영 교수는 “유족의 의료기부를 계기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후원이 이어지는 긍정적 흐름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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