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 귀국 사흘 만에 다시 방미
투자방식 등 쟁점 풀고 실리 챙겨야
투자방식 등 쟁점 풀고 실리 챙겨야
한미 관세협상에 임하는 우리 측 컨트롤타워가 협상에서 귀국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방미 길에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출국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남은 한두 가지 쟁점에 대해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시점까지만 합의한 내용을 가지고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는 안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간에 쫓겨 일부 사항만 타협하는 게 아니라 쟁점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번 긴급출장은 협상 진전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협상 기류가 완화된 듯 보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의 불안감을 활용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디테일이 생략된 메시지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협상의 달인이다. 미국 측이 언제 다시 한국의 취약점을 건드리며 압박하고 나설지 모른다. 협상팀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양국의 이익이 합치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 관세협상은 단순히 하나의 국가와 세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하락하고, 이는 기업의 생산과 고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이 7.5% 감소하며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협상이 늦어질수록 기업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협상의 성패는 남은 쟁점을 얼마나 현명하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국이 진통을 겪고 있는 항목은 대미 투자방식 등 일부이지만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조건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의 현금 투자 비중과 시기를 어떻게 조정할지, 환율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 모두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정하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미 투자를 지렛대 삼아 다른 분야에서 실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원자력협정 개정 등 안보 관련 의제를 담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개발 용도로만 제한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산업 분야에도 허용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원전의 경제적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은 그 전에 관세협상이 타결되는 그림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선 다자외교 무대에서 트럼프의 성과를 홍보할 수 있고, 한국으로선 관세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막바지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국은 최적의 대안으로 국익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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