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수의대생들에게 ‘제약회사’는 여전히 낯선 분야입니다. 그러나 동물용을 포함한 의약품 개발과 연구에서 수의사의 전문성과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제약회사의 수의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임상 이외의 진로를 고민하는 수의대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는 국내 대표 동물용 제약사로 꼽히는 ‘녹십자수의약품’입니다. 녹십자수의약품 인사팀의 양유리 님과 새내기 수의사로 RA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혜주 님이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녹십자수의약품은..
녹십자수의약품은 1973년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반세기 동안 동물용 바이오의약품 개발 역량을 축적해 온 제약회사입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 설비를 확대해왔으며, 현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용인과 충청남도 예산 두 곳을 주요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복지혜택도 눈에 띄는데요, 임직원에게 연간 복리후생 포인트를 지급해 개인이 원하는 복지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산 캠퍼스 임직원의 경우 타지 거주 직원을 위한 1인 1실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Work-Life Balance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로 8시~10시 사이에 출근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이와 함께 여름철에는 5일 간의 유급 휴가를 보장해 임직원들의 휴식과 재충전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HR 담당자 양유리 님이 전하는 녹십자수의약품 인재상과 업무 환경
요즈음 기업들이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인데요, 녹십자 수의약품에서도 신입 수의사의 채용을 수시채용 위주로 진행하고 계신가요?
네 맞아요. 저희는 다양한 직무에서 수의사 분들을 우대하여 채용하고 있어서 TO가 발생하면 수시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 입사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채용 포털에 올라오는 공고를 자주 확인해 주시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용사이트를 통한 인재풀에 등록하시면 적합한 포지션 오픈 시 연락을 드리기도 합니다.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이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채용 기회가 있을까요?
수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개발이나 제품관리, 마케팅 같은 부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학생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올해는 인턴쉽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내년에 진행될 녹십자수의약품 인턴십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의과대학은 타 바이오 전공보다 2년이 더 긴 6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혹시 이 부분이 연봉 협상 과정에 반영되기도 할까요?
녹십자수의약품은 인재 채용 시 학제 기간 자체보다는 수의사 면허가 가진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연봉협상 시 이 점은 반영되고 있습니다.
녹십자수의약품에서 수의사가 주로 근무하는 부서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수의사분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연구개발(R&D)은 물론, 제품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RA팀,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팀, 동물의약품 영업 등 다양한 부서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각 부서의 수의사 선배분들께 편하게 조언을 구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녹십자수의약품이 원하는 수의사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함께하고 싶은 인재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분입니다. 동물용의약품은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꼼꼼함이 꼭 필요합니다.
또 연구개발, 마케팅, 규제 등 여러 부서와 협업이 많다 보니 열린 태도와 소통 능력도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변화가 많은 산업이다 보니 배우려는 자세와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을 선호합니다.

제약회사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최혜주 수의사가 전하는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녹십자수의약품 GRA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혜주입니다. 입사한 지 약 4개월 된 신입으로, 주로 동물용의약품 중에서도 백신 관련 RA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RA는 제품이 법적 요건을 충족해 허가 받고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는 기존 허가 품목의 변경사항 검토, 신규 제품 개발 시 필요한 허가 서류 작성, 그리고 검역본부·동물약품협회의 규제 변동 사항 모니터링과 유관 부서 공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 입사할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나 반응은 무엇이었나요?
당연히 “왜 동물병원이 아닌 회사에 들어갔는가”라는 질문이었죠(웃음). 아무래도 수의대를 졸업하면 임상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학창 시절에는 막연히 임상수의사의 길을 생각했는데요. 동물의약품 제조사에서 일해보니, 수의학 지식이 단순히 임상 진료만 아니라 의약품 개발, 허가, 그리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저도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어떤 경험(연구, 실습, 인턴 등)이 업무에 도움이 되었나요? 학부생 때 미리 준비하면 좋은 자격증이나 경험이 있을까요?
대학 시절, 다양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실에서 논문을 찾고 데이터를 정리했던 경험이나 동물병원 임상실습에서 실제 질병의 증상과 치료 과정을 접했던 경험은 허가 문서를 검토하거나 백신 업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제약회사 인턴실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식약처에서 주관하는 규제과학 전문가 장기 과정 같은 RA 교육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으니, 이런 과정을 미리 들어 두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최신 검역본부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는 것도 RA 취업과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계 수의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전문지식 외 커뮤니케이션, 외국어, 데이터 해석 등)은 무엇인가요?
연구개발 단계부터 시판 이후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다루는 부서가 RA이기 때문에 연구소, 생산, QA, QC 등 다양한 부서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점이긴 하지만요(웃음).
또한 규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와 과학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관련 법령뿐 아니라 해외 동향과 업계 뉴스를 꾸준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동물용의약품도 해외 진출 및 수입이 활발해지고 있어 외국어 능력, 특히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해외 규제기관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RA는 단순히 법적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의견의 배경까지 고려해 조율해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이러한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직자로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직접 환자를 치료하지는 않더라도, 동물용의약품이 시장에 안전하게 출시되는 점에 큰 보람을 느끼며 동물과 보호자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RA는 규제가 워낙 방대하고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지식을 학습해야 한다는 점에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는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각 부서의 입장을 조율하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협업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어 어려움인 동시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수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수의대생이라면 대부분 동물병원 진로를 먼저 떠올리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처럼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는 것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의 적성과 관심에 맞게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고 진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 개발을 이어가려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전공 지식은 기본이기 때문에 그 위에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쌓아가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길 바랍니다.
다른 제약회사와 그 곳의 수의사를 소개하는 [진로탐색, 제약회사 수의사]가 곧 이어집니다<편집자주>
이혜수 기자 studyid0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