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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EU관세 폭탄까지…엎친 데 덮친 철강업계 돌파구는?

  • 2025.10.16(목) 06:50

EU·미국 관세에 최대 수출시장 흔들
중국 덤핑물량에 환율 불안까지 겹쳐
정부 "고부가 전환·산업 고도화로 대응"

그래픽=비즈워치

한국 철강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에 50%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중국·환율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쳤는데요.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이 흔들리면서 산업 전반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U 50% 관세 예고에…철강 수출시장 '경고등'

EU는 최근 철강 수입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대신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도입해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고 초과분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건데요. 현행 초과 관세율(25%)의 두 배 수준입니다.

새 TRQ 제도에 따라 EU의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은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축소됩니다. 시행 시점은 내년 7월로, 기존 세이프가드 만료와 동시에 대체될 예정입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경제·산업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제철소와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작업 모습.사진=포스코

문제는 EU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 2835만톤 가운데 13.4%(381만톤)가 EU로 향했습니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약 44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30%를 차지해 미국(43억5000만 달러)을 근소하게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은 국가별·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대부분의 물량을 EU에 무관세로 수출해 왔는데요. 쿼터 총량이 줄어들면 한국의 무관세 수출 여력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EU는 올해 4월에도 한국 전용 쿼터를 14% 감축한 바 있어 내년부터는 연간 수십만톤 이상이 50% 관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판재류 중심의 수출 구조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EU 수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은 자동차·가전용 소재로 고부가 제품이지만 관세 부담이 더해지면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CBAM)까지 겹치면 톤당 70~80달러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무역 규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EU FTA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협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관세 인상과 탄소국경조정제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생산 효율이 낮은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FTA 체결국 지위를 활용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관세청·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이달 중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 통상 장벽 강화에 대응하고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中 저가 공세·환율까지 '휘청'

사진=현대제철

중국발 저가 공세도 철강업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수요가 급감한 중국은 잉여 철강재를 해외로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른바 '덤핑성 수출'로 불리는 저가 물량이 국내 시장까지 밀려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한국 수입 철강 중 중국산 비중은 2020년 34%에서 지난해 46%로 뛰었습니다.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은 1년 새 톤당 10만~20만원가량 하락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제품 단가를 올리기 어렵다 보니 철강기업들은 수익성 방어조차 버거운 실정입니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고 그렇다고 동결하면 원가를 맞출 수 없는 진퇴양난의 국면에 놓인 셈입니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환율 리스크까지 가세했습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단기 매출은 늘지만, 철광석·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라 원가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순이익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단기 매출은 늘어도 원가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고금리와 강달러 기조가 길어지면 금융비용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달러와 고금리, 관세와 저가 공세가 한꺼번에 덮치며 국내 철강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국면에 놓였습니다. 정부와 업계 모두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당분간 철강 산업의 시계는 쉽사리 밝아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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