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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넉넉함' 기아 EV5, 패밀리 SUV 새 기준 될까

  • 2025.10.06(월) 15:00

[차알못시승기]
2열 활용성과·전비 효율 기대 이상, 배터리 안정감까지
배터리 다른 중국산 대비 가격차 뚜렷…흥행변수 될 듯

기아 EV5./사진=백유진 기자 byj@

더 기아 EV5는 EV6와 EV9, EV3, EV4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나온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기아는 EV5를 다른 어떤 모델보다도 '패밀리카'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구상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다. 정통 SUV 차체 덕분에 공간은 넉넉하고 2열 활용도가 높다. 또 주행감도 부드럽고 안정적이었고 전비 효율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실사용에 필요한 사양을 더할 경우 5000만원을 넘기는 가격은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지난 23일 하남에서 출발해 가평양떼목장까지 도심과 고속도를 아우르는 약 90㎞ 구간을 달려봤다.

기아 EV5 1열./사진=백유진 기자 byj@

넉넉한 공간에 부드러운 주행

EV5는 공간 측면에서 패밀리카에 걸맞은 강점이 뚜렷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10㎜, 전폭 1875㎜, 전고 1675㎜, 휠베이스 2750㎜다. 스포티지(휠베이스 2755㎜)와 비슷한 준중형 SUV 체급으로 휠베이스와 전장이 넉넉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앞뒤 오버행이 짧아 공간 활용이 유리한데, EV5는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체구임에도 실내 공간은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기아 EV5 외부./영상=백유진 기자 byj@

특히 2열 공간의 경우 등받이 각도 조절뿐 아니라, 시트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각도로 낮게 접혀 트렁크와 풀플랫으로 연결된다. 뒷좌석 승객이 온도를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3존 공조 장치도 있다.

1열 시트 후면부에 2열 승객이 사용할 수 있는 시트백 테이블을 추가할 수도 있다. 간식을 먹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크기의 스마트폰·태블릿을 거치할 수 있도록 홀더까지 설계됐다. 뒷좌석에서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 수 있는 확장형 센터콘솔도 편리해보였다.

기아 EV5 2열 수납공간./영상=백유진 기자 byj@

승하차 감각은 스포티지 같은 준중형 SUV에 타는 느낌과 비슷했다. 전기차는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해 전고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면 실내 높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EV5는 81.4kWh(킬로와트시) 용량의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실내 바닥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없었다. 머리 위 공간도 충분히 여유 있었다. 시트 포지션을 올려 잡아도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아 EV5 내부./영상=백유진 기자 byj@

트렁크 공간은 넉넉했고 보닛 아래에는 44.4ℓ 용량의 트렁크도 있다. 짐이 많은 가족 단위 소비자라면 유모차나 캠핑 장비처럼 부피 큰 물건을 분리해 싣기에 특히 유용하다.

기아 EV5 트렁크./사진=백유진 기자 byj@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도 '편안함'을 지향하는 주행 세팅이 느껴졌다. 노면이 거친 구간을 달려도 차체 흔들림이 적었고 요철이나 방지턱을 넘어설 때에도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는 뒷바퀴 쪽에 들어간 '하이드로 부싱' 덕이다. 충격을 흡수하는 고무 부싱 안에 액체를 채워 넣어 작은 진동까지 부드럽게 걸러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노면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 반응을 자동으로 달리하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더해졌다. 덕분에 시내 저속 주행에서는 부드럽게, 고속도로에서는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뚜렷했다.

기아 EV5 파노라마 선루프./사진=백유진 기자 byj@

급격한 코너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차체 거동이 예상보다 단단해 급격한 코너에서는 약간의 롤(차체 기울어짐)이 있었지만 곧바로 균형을 되찾았다.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이 차체 흔들림을 억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화한 회생제동…관건은 '가격'

EV5는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295Nm의 전륜 구동 모터를 탑재했다. 일상 주행에서 부족할 일이 없는 수준이다.

이번 EV5에는 'i-페달 3.0'이 들어갔다. 가속페달만으로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는 기능인데, 예전에는 강한 제동 단계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감속 단계에서도 완전 정차까지 된다. 운전자가 선호하는 패턴에 맞춰 쓸 수 있어 도심에서 특히 편리했다.

기아 EV5 스티어링 휠./사진=백유진 기자 byj@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회생제동이었다. 앞차와의 거리, 회전 교차로, 방지턱 같은 도로 상황을 인식해 자동으로 제동 강도를 조절한다. 

실제 회생제동으로 주행해보니 브레이크 페달을 굳이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여줬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졌다.

기아 EV5 운전석./사진=백유진 기자 byj@

출발 전 배터리 잔량이 90%일 때 노멀 모드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38㎞였다. 약 90㎞를 노멀 모드로 주행한 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348㎞였다. 공인 전비는 5.0㎞/kWh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5.9㎞/kWh로 기대 이상이었다.

국내 판매 가격은 최저 사양 기준 4000만원 후반대다. 다만 실제로 쓸만한 사양으로 구성하면 가격은 5000만원을 넘긴다. 중국 현지 생산·판매되는 EV5가 기본 트림 기준 14만9800위안(약 290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가 뚜렷하다. 중국형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지만 국내형은 삼원계(NCM) 배터리를 택한 탓이다. 

NCM은 LFP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고 충전이 빠르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다. 재활용도 용이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런 기술적 장점이 가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느냐가 EV5 흥행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아 EV5 뒷면./사진=백유진 기자 byj@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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