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주인이 태광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를 발판 삼아 섬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장품 등으로 확장해 체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태광산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거래일 거란 평가도 있다.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웠던 교환사채(EB)발행이 지연되면서 컨소시엄을 꾸려 애경산업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인수 후 애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온전한 주인 되기도 과제로 지목된다.
태광, 애경산업 품긴 했지만
8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이날 애경산업의 지분 63.8%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태광산업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매각 대금은 4000억원 후반대로 알려진다. 태광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거래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이번 애경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핵심 사업 영역이었던 섬유·화학 분야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익창출 능력이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새 돌파구가 절실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을 새로운 회사의 핵심으로 삼기로 결정했고 최근 시장에 나온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키로 했다.
이제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는 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 애경산업이 국내 뷰티 빅3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이 여의치는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애경산업의 매출은 32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427억원보다 5.9% 빠졌다.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339억원에서 172억원으로 49.3% 줄었다.
핵심 사업 영역인 섬유·화학의 부진이 장기화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에 인수키로 한 애경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애경산업 인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기업은 K뷰티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라며 "태광산업이 애경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EB발행 발목잡힌 태광, 온전히 못품은 아쉬움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에 '나홀로' 참여하지 않고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히면서도 애경산업을 온전히 품지 못하면서 인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당장 숫자로 나타난 태광산업의 재무 상황을 보면 애경산업 인수전에 충분히 홀로 나설 여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태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존 섬유·석유 화학 유지 비용, 예비운영자금, 석유화학 공장 가동 중단 철거비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가용 가능한 현금은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애경산업 지분 매입 가격이 4000억원 후반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탄은 충분했다는 얘기다.
다만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에 '올인'이 아닌 다른 사업의 인수 역시 타진하고 있다. 실제 태광산업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의 반대에 부딪히며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컨소시엄 형태로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교환사채 발행 가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 판단은 9일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태광산업이 대주주 지위를 온전히 누리지는 못하기 때문에 애경산업 인수 효과를 100%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EB발행에 발목이 잡힌 점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컨소시엄 형태로 이번 인수가 마무리 지어지면서 애경산업 인수 후의 실적 등이 연결 실적으로 반영될 때 비율이 낮아지는 등 애경산업의 강점인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온전히 흡수하기는 어려울 거란 의미다. 이어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에만 뛰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EB발행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태광산업 측은 지난달 29일 있었던 EB발행 가처분 심문 기일 당시 EB 발행을 통해 애경산업 인수 외 여러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태광 측 법률대리인은 "(E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경우)애경산업 인수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