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향길은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되지만, 직접 운전하거나 버스를 이용해 장시간 이동하다 보면 많은 이들에게 멀미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멀미는 단순한 속 울렁거림이 아니라, 뇌가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복잡한 신경학적 반응이다.
전정기관이 감지하는 움직임과 눈이 보는 정적인 풍경, 그리고 몸의 고유 감각 정보가 서로 맞지 않을 때 뇌는 이를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흔들리고, 부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구역감, 구토, 어지럼증, 두통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울렁거림엔 패치형·어지러움엔 먹는 제형이 '효과적'
이러한 증상을 완화해주는 멀미약은 크게 부교감신경차단제와 항히스민제 등 두 가지 계열로 나뉜다. 부교감신경차단제(성분: 스코폴라민 등)는 주로 패치형 멀미약의 주성분으로,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하여 멀미로 인한 울렁거림과 구토 증상 예방에 중점적으로 작용한다.
항히스타민제 (성분: 디멘히드리네이트 등)는 먹는 알약, 물약, 가루약 형태의 멀미약에 사용된다. 뇌에서 구역질과 구토 현상을 조절하는 구토 중추의 활동을 억제해 어지러움이나 구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울렁거림이 주된 증상이라면 부교감신경차단 성분의 패치형, 어지러움이나 구토 증상이 심하다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항히스타민제 성분의 먹는 약이 효과적일 수 있다.
멀미약은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멀미 증상이 시작된 후에는 약효 발현이 늦거나 효과가 미미할 수 있어, 반드시 이동 시간을 고려해 미리 사용해야 한다.
특히 흡수가 느린 패치형 멀미약은 최소 4시간 전에 부착해야만 원하는 시간에 약효가 나타나므로 출발 전날 밤에 미리 붙이는 것이 가장 좋다. 먹는 약 역시 출발 직전보다는 성분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도록 최소 30분 전에는 복용해야 한다.
약물 상호작용 및 부작용 '주의'
멀미약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과 상호작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성분은 졸음, 방향 감각 상실, 시야 흐림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운전 시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는 약 복용을 피하고, 대신 휴식이나 환기, 생강차 같은 비약물적 방법을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다른 약과의 병용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약, 해열진통제, 일부 알레르기약에도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아 멀미약과 함께 복용하면 졸음이나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약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패치형 멀미약을 사용할 때는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주성분인 스코폴라민이 손에 묻은 상태에서 눈을 비비면 동공 확장이나 시야 흐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패치를 붙이거나 뗀 뒤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특정 환자군도 멀미약 복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멀미약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차단하는 항콜린 작용으로 인해 폐쇄각 녹내장 환자는 안압 상승 위험이 크며,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배뇨 곤란이나 요폐가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임산부와 수유부는 성분이 태아와 신생아에게 전달될 수 있어 전문의 상담 후에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멀미약은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기저 질환이나 생리적 특수 상황에서는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안전하고 편안한 귀성길을 위해서는 복용 전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멀미약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