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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제약바이오 AI 성장공식 M&A…국내선 기술협력

  • 2025.09.23(화) 09:00

[AX 인사이트]
지난해 글로벌 AI M&A 87건, 매년 증가
개발 기간 단축·비용 절감 '두마리 토끼'

국내외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외 빅파마들 사이에선 스타트업 인수와 전략적 지분 투자로 AI 기술을 흡수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AI 플랫폼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AI 신약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작년 글로벌 헬스케어 AI 인수합병 87건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서 AI 관련 M&A 거래 규모는 총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거래 건수는 △2020년 41건 △2021년 54건 △2022년 77건 △2023년 55건 △2024년 8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AI 기반 기업을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모습이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는 AI 신약 개발 기업 리커전 파마슈티컬스가 지난해 11월 영국의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엑센시아(Exscientia)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인수금액은 7억12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였다. 리커전은 엑센시아 인수를 통해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탐색과 최적화 플랫폼을 확보했다. 

바이오엔텍(BioNTech)은 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3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AI 관련 기업을 사들였다. 바이오엔텍은 지난 2023년 AI 및 기계학습(ML) 기술을 보유한 인스타딥(InstaDeep) 주식 100%를 약 3억6200만 파운드에 매입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AI 기업 인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AI 기반 신약 개발기업인 주베네센스(Juvenescence)는 지난 7월 미국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인 Ro5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 역량과 AI 기반 파이프라인 구축 속도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M&A는 AI 신약 플랫폼을 즉시 내재화함으로써 빠르게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또 AI 전문 인재를 별도로 영입하지 않아도 되고 신약 개발과 AI를 접목하기 위한 의사소통도 보다 수월하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M&A는 이점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인수비용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에 크게 좌우되는데 아직까지 국내 AI 기업들의 데이터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고 인수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오면 투자 자금만 날린 셈이 될 수 있다. 전통 제약사와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속도 차이로 인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다.

자체 플랫폼 개발 및 협력으로 AI 신약 개발 속도 'UP'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AI 신약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거나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AI 전담팀을 꾸렸다. 그 결과 지난해 독자적인 AI 플랫폼 '데이지(DAISY)'를 구축하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데이지 플랫폼은 지난달 기준으로 내부에서 600회 이상 활용됐으며 비만 관련 신약개발 부문에서 2개월만에 활성물질을 발견한 성과를 낸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AI 플랫폼 개발과 AI 기업과의 협력,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고 연구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인 '제이웨이브(J-WAVE)'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 연구원이 제이웨이브 플랫폼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와 약물 상호작용을 시각화한 3D 모델을 분석하고 있다./사진=중외제약

한미약품도 지난해 AI 플랫폼을 보유한 아이젠사이언스와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 신약 연구에 착수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손을 잡고 AI 모델을 이용한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 동국제약, HK이노엔, 보령 등도 AI 신약 개발 기업들과 손잡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신규 적응증 탐색 등을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간 연대 그쳐…해외 협업 확대 필요

AI 신약 개발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후보물질 발굴, 최적화, 임상시험 설계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화할 수 있어, 연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큰 글로벌 M&A 대신 자체 AI 플랫폼 구축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연구 성과를 안정적으로 축적하며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와 기술도입,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면, AI 기반 혁신신약 개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처럼 M&A에 의존하지 않고 협력과 데이터 활용 중심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연구 성과를 쌓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간 협력에만 그치고 있어 앞으로 국제 공동연구, 기술도입 및 수출 등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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