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신약 개발에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오가노이드가 신약개발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오가노이드는 우리 몸의 여러 조직이나 장기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인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3차원(3D) 세포 구조체다. 실제 장기와 매우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갖췄다. 인간 장기의 생리적 특성과 질병 진행 과정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어, 기존의 2D 세포배양이나 동물실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까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최종 성공 사례로 이어진 경우는 없지만 2015년 낭포성 섬유증 환자가 자신의 조직에서 만든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약물 반응을 테스트하고 실제 치료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오가노이드는 기존에 동물실험 대체, 약물 테스트 용도를 넘어 신약 개발 전주기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약물 테스트·동물실험 대체에 두루 활용
동아에스티는 지난 22일 바이오컨버전스 기업 그래디언트와 협력해 인공지능(AI)와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신규 타깃 발굴 및 신약 개발이나 다양한 암종 약물 반응 분석 등을 하기로 했다.
그래디언트는 1000종 이상의 오가노이드 뱅킹 시스템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HLB바이오스텝과 협력해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이식 동물 모델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폐암, 대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오가노이드 기반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전임상 시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론칭하며, CDMO(위탁개발·생산) 중심의 사업 구조에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기능을 추가했다.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항암 신약 스크리닝 서비스는 새로운 항암 후보 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기술인데 환자 유사성이 최대 85%에 달해 동물실험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신약 후보물질의 테스트뿐 아니라 실제 치료제의 원천 기술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피부 오가노이드 기반 아토피 피부염 모델을 통해 피부상재균(피부에 있는 유익균·유해균) 균형이 아토피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 지난달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대웅은 올해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는 오가노이드를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나 조직의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 적용해 장기 재생을 돕는 방식이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재생의료 분야의 혁신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 자리매김
오가노이드는 단순한 연구 기술을 넘어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차세대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와 유사한 3D 세포 구조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약효와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 동물실험 대비 신약 개발의 예측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실패 위험을 줄이고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과 치료 전략 수립에도 유리하다.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동물실험을 점차 줄이고 인체 유사 모델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신약 개발의 과학적·윤리적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오가노이드가 신약 개발에서 필수적인 변화로 자리잡는 이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AI) 등 인간 유래 모델로 대체하는 공식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오가노이드는 AI, 유전체 분석,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융합되며 고부가가치 생명과학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시장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4년 약 2조1500억원에서 2029년 약 5조8300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주도로 지난 13일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출범하면서, 국내 산·학·연 간 오가노이드 기술의 표준화·산업화·생태계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일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협업과 공동 기술개발이 본격화되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오가노이드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도 한층 커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가노이드는 단순한 실험 플랫폼에서 나아가 실제 환자 유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 타깃 발굴부터 치료제 검증까지 전주기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한 정밀의료의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