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표 페인트’로 잘 알려진 정밀화학 중견그룹 노루(NOROO)의 사주가 고교·대학 동기와 호흡을 맞춰온 ‘친구 경영’을 9년 만에 끝냈다. 오너 부자와 절친 3인 체제에서 한 축이 빠짐으로써 3대 세습이 앞당겨 질 것으로 점쳐진다.
오너 절친, 9년 만에 홀딩스 경영 퇴진
3일 노루그룹 지주회사 노루홀딩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2대 오너인 한영재(70)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용기(70) 부회장이 각자대표에서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한 회장의 절친이자 ‘2인자’다. 1955년생 동갑에 경기고 69회 동창, 연세대 경영학과 73학번 동기다. 동신에스엔티, 한국지엠디 등을 거쳐 2010년 3월~2015년 4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지냈다.
2015년 10월 노루그룹에 영입됐다. 이듬해 3월 컨트롤타워인 홀딩스 이사회 합류와 동시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이후 한 회장과 함께 줄곧 각자대표 및 공동 이사회의장을 맡아왔다.
앞서 올해 3월에는 홀딩스의 중추 사업 자회사인 노루페인트 대표직을 이수민(55) 전무에게 넘겨주고 퇴임한 바 있다. 2018년 3월 한 회장의 뒤를 이어 2022년 3월까지 각자대표 활동한 뒤 작년 11월 재선임된 지 4개월 만이다.
아울러 김 부회장은 이번에 홀딩스 이사회에서도 손을 뗐다. 올해 3월 사내이사직을 4연임(임기 2년)한 뒤 임기 만료(2027년 3월)를 1년6개월이나 앞두고 중도 퇴임한 것. 사실상 경영 퇴진이다.
3세 회사 활용 우회 지분승계도 상당 진척
노루그룹은 한 회장의 ‘친구 경영’ 종식을 계기로 오너 부자 중심의 경영 체제로 재편된다. 바꿔 말하면 한 회장의 대물림의 시계가 점점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홀딩스의 이사회는 5명에서 4명(사내 2명·사외 2명)으로 축소됐다. 한 회장 외에 사내이사 1명이 한원석(39) 부사장이다. 고(故) 한정대 노루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한 회장의 1남1녀(경원·원석) 중 장남이다.
31살 때인 2017년 3월에 이미 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4년 노루홀딩스에 입사한 뒤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을 거처 2017년 11월 업무부총괄 전무로 승진한 무렵이다. 또한 현재 7명(사내 5명·사외 2명)인 노루페인트의 이사진에 부친과 함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20년 3월 선임됐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 대물림 또한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한 부사장이 97.7% 1대주주인 개인 IT업체 ‘디아이티(DIT)’를 지렛대로 한 우회 승계를 핵심으로 한다.
홀딩스는 1대주주인 한 회장(25.08%․특수관계인 7명 포함 45.35%)에 이어 2대주주가 DIT다. 9.4%를 보유 중이다. 2022년 5월 4.45%, 2023년 10월 2.72%, 작년 7월 2.21%를 연쇄적으로 넘긴 데서 비롯됐다. 한 부사장도 3대주주로서 3.75%를 소유 중이다. 한 부사장이 총 13.15%를 직접적 영향권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