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티유빌딩.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상가건물이다. 대지면적 232.1㎡(70평), 연면적 863.62㎡(261평)에 지하 1층~지상 6층짜리다.
건물주가 중견 해운그룹 고려에이치씨(HC)의 박(朴)씨-신(愼)씨 두 오너 집안 중 박씨 일가 2세 소유다. 고 박현규(1927~2025) 명예회장의 2남1녀 중 차남 박주석(67) 경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일가다. 특히 최근에는 티유빌딩에 가족 금융회사를 하나 차렸다.
고려HC그룹의 오너 지배구조에 관한 한, 박 명예교수의 존재를 복기하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영권을 물려받지는 않았지만 학자의 길을 걸으며 본가 경영에 깊숙이 발을 들여온 대주주가 막대한 현금 재력을 갖게 되자 행보가 더 다채로워지고 있어서다.
‘교수 차남’ 박주석, ‘동업 체제’ 핵심 인물
박 명예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 및 KAIST 산업공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이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EA학회 회장, 한국빅데이터학회 회장 등 역임했다.
특히 경희대 교수로 적을 두면서 2005년 2월 박 명예회장을 대신해 장남 박정석(71) 회장이 모태사이자 중추 계열사인 고려해운 이사회에 진입할 당시 동반 합류했다. 2007년 5월 박 회장이 공동대표에 오른 뒤 2013년 11월부터는 비상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12년 12월 박씨-신씨 양대 오너 집안이 고려해운 지분 각 21%(600억원) 출자해 고려해운 지주회사 고려HC를 설립한 뒤로는 줄곧 박 회장은 공동대표, 박 명예교수는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즉, 양가 공동경영 체제의 징표이자 철칙인 이사회 ‘2대 2’ 동수 원칙에서 박 명예교수는 박씨 집안의 한 축을 맡아온 셈이다. 신씨 집안에서 신태범(97) 케이씨티시 회장의 차남으로 양사 공동대표인 신용화(63) 사장 외에 형 신용각(66) 병원장(고려HC 비상무)과 친인척 김웅한(77) 전 제일씨티리스 임원(고려해운 비상무)과 같은 역할이다.
게다가 박 명예회장이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대신에 차남에게는 주식을 적잖이 물려줬다. 현재 박 명예교수가 주주로서 존재감 역시 만만찮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박씨 집안의 고려HC 지분 50% 중 박 회장 24.68% 다음으로 많은 23.81%를 소유 중이다. 고려해운에 대해서도 박씨 일가의 직접 지분 5.58% 중 박 회장 2.8%에 이어 2.73%를 가지고 있다.
고려해운 다음으로 핵심 사업회사인 항만 물류업체 케이씨티시의 경우에는 박씨 집안 단일 1대주주다. 전체 11명 소유의 23.32% 중 박 명예교수 몫이 7.17%다. 박 회장 5.87% 보다도 많다.
금융투자사 오마앤코 설립 뒤 60억 대여
이는 ‘[거버넌스워치] 고려HC ⑥편’에서 얘기한대로, 박 명예교수에게도 막대한 배당수입을 안겼다. 2021~2022년 초호황을 맞았던 고려해운이 5년간 7850억원의 배당금을 풀자 690억원을 손에 쥔 것. 고려HC 476억원, 고려해운 214억원이다.
박 명예교수가 가족 소유의 금융회사를 차린 것은 이처럼 상당한 재력을 갖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금융투자업을 대표사업으로 설립한 ‘오마앤코’란 회사다.
부인 홍윤경(63)씨와 1남1녀 중 장남 박태욱(40)씨, 장녀 박유라(35·옛이름 박리사)씨 등 3명이 각 3억원(지분 33.33%)을 출자해 자본금 9억원으로 설립했다. 등기임원도 전부 가족이다. 부인이 대표, 두 자녀가 사내이사다. 감사는 박 명예교수다.
오마앤코의 본점 또한 일가 소유의 티유빌딩에 두고 있다. 티유빌딩은 원래는 2007년 8월 박 명예교수와 부인, 장남이 각각 7대 2대 1로 31억원에 개인으로부터 매입했다. 이후 박 명예교수가 2015년 8월과 2019년 4월 각각 10분의 3을 딸에게 증여했다. 이어 2019년 7월에는 아들 지분 10분의 1을 3억원에 다시 사들였다.
이에 따라 현재 티유빌딩은 박유라씨가 지분 60%를 보유 중이다. 이외 40%는 박 명예교수 부부가 절반씩 나눠 가지고 있다. 현 시세는 대략 70억~80억원대(2024년 주변 실거래가 기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 명예교수는 오마앤코 설립을 계기로 금융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작년 45억원에 이어 올해 2월 15억원 등 총 60억원의 만기 5년의 장기자금을 오마앤코에 운영자금으로 대여해 준 데서 엿볼 수 있다. (▶ [거버넌스워치] 고려HC ⑧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