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빅테크가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더해 최근 불거진 대형 금융사와 통신사의 침해 사례를 언급하며 빅테크 위험 관리와 내부통제, IT 보안·개인정보 보호도 강조했다.
빅테크 CEO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수수료 합리화 등 추진 전략을 공유하면서 이용자 보호와 소상공인 상생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역삼 네이버스퀘어에서 빅테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 방향과 빅테크 이용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및 IT·정보 보안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와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참석했다.
소상공인 상생·이용자 보호 강조
이 원장은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정부 국정과제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동반 성장을 위한 빅테크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빅테크가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결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사업자 전용 '마이 비즈니스 데이터' 도입, 소상공인 맞춤형 신용평가시스템(SCB) 구축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원장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운영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지난 3월 실시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점검에서도 중개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우선 노출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알고리즘 이슈가 금융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고리즘이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진정한 빅테크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보호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전자금융 거래에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빅테크들의 경영 역량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PG사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 시행 등에 발맞춰 빅테크도 안전한 전자지급결제 환경 조성을 위해 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IT 보안, 당장의 비용 아닌 '핵심 경쟁력'"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대형 금융사와 통신사를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진 IT 보안·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 위험 관리가 금융 안정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빅테크에 대한 국내 규율 체계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모기업과 자회사 등을 통할하는 위험 관리 및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해 실효성 있게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빅테크와의 정기 협의체를 가동하고 △보안규제 사각지대 관리 강화 △랜섬웨어 등 사이버 위협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등 IT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빅테크 플랫폼에는 수천만 명의 상거래 정보와 금융 정보가 집중되기 때문에 빅테크의 전산 장애나 사이버 침해 사고는 막대한 국민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IT 보안 관리를 당장 눈앞의 비용 요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빅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충분한 IT 보안 투자 등 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