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말차' 제품을 앞세운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 소비되던 말차가 이제는 편의점까지 확산되며 새로운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강과 '힙(hip)'한 문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MZ세대의 수요 급증에 따라 업계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한 상품 구색 확대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말차 전성시대
최근 편의점 업계의 최대 화두는 '말차를 접목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즉시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덕분에 말차는 지난달 26일 CU 애플리케이션(앱) 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편의점 품절템'으로 불리던 '칸쵸'를 제치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말차 관련 상품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지난달(1~25일 기준) 말차 관련 제품 매출은 전월보다 2.6배 증가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9월 한달 간 말차 제품이 각각 100%, 10% 늘었다. GS리테일의 GS25는 전년 동기보다 1433% 증가했다. 단일 카테고리로는 이례적인 성장률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편의점은 말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CU는 최근 3개월 동안 '노티드 말차라떼 도넛', '아이스 브륄레 말차' 등 10종이 넘는 말차 상품들을 내놨다. 이 중에서도 CU의 스테디셀러 연세 시리즈에 말차를 더한 디저트 4종은 지난달 초 출시 이후 약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CU에서 판매되는 말차 상품만 무려 50종에 달한다.
세븐일레븐는 말차를 활용한 디저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아이스크림 '말차바'와 샌드위치 '숲속의 말차초코샌드'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제주에서 온 말차크림' 디저트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앞으로도 MZ세대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GS25는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와 함께 '편의점 먹거리 초격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균말차막걸리'를 출시했다. 시중에서 보기 힘든 초록빛 막걸리로 구현한 이 제품은 고품질 쌀과 유기농 녹차잎 등을 통해 말차 특유의 향과 풍미, 탁주의 부드러움까지 살렸다. 알코올 도수는 3.6도로 낮춰 최근 저도주 선호 트렌드도 반영했다.트렌드 선도
말차 열풍은 단순한 맛의 선호를 넘어 소비자 심리와 맞닿아 있다. 건강 관리를 즐겁게 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물론 '차(茶)'가 주는 건강한 이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인증 문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편의점이 이 같은 트렌드를 빠르게 상품화하면서 '말차=편의점 히트상품'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당분간 말차가 편의점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트렌드 확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시장 성장성 역시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말차 시장은 2023년 43억달러(약 6조원)에서 2030년 74억달러(약 1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7.9%의 성장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말차 피로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과잉 출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쉽게 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상승, 상품 차별화 부족 등이 겹칠 경우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건강과 웰빙 트렌드는 물론 시각적인 요소까지 갖춘 식재료로 부상,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 현상의 중심이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가치에 부합하는 말차 관련 상품 출시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