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택배를 받을 수 없다는 말도 이젠 옛 말이 돼 가고 있다. 유통업계가 최장 10일의 긴 추석 연휴를 맞아 '택배 공백'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연휴 기간이면 물류량 증가에 배송 지연·마감이 이어졌지만 최근엔 연휴 중에도 정상 배송되는 날을 늘려가고 있다. 교차 근무·특별 수당 등을 통해 택배 기사들의 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모두 줄였다는 설명이다.
택배사는 쉬고 이커머스는 뛰고
CJ대한통운은 올해 추석 기간 동안 특별 수송체제를 편성했다. 추석 당일을 포함한 정식 연휴 3일(5~7일)간은 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대신 나머지 연휴 기간에는 평일 수준의 정상 배송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즉 기존 배송 휴무일이었던 개천절(3일)과 한글날(9일)도 평일처럼 전일 배송을 진행한다. 한진도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5~7일 3일을 쉬고 나머지 휴일에는 전일 배송을 이어간다.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택배사들의 경우 쉬는 날이 늘어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개천절인 3일과 추석 연휴, 한글날을 모두 쉰다.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 중 평일인 10일과 토요일인 11일 이틀만 배송을 하는 셈이다. 우체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점에 따라 개천절 대신 토요일인 4일에 쉬는 곳도 있다.
반면 이커머스의 경우 대부분 추석 당일을 제외하면 배송을 진행한다. 컬리는 추석 당일인 6일 하루만 물류센터가 쉰다. 즉 추석 다음날인 7일 새벽엔 상품이 배송되지 않는다. 추석 전날인 5일에 주문하면 추석 당일 새벽에는 배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11번가 역시 익일배송인 '슈팅배송'을 추석 당일을 제외한 전일 운영한다. 11번가는 현재 한진과 계약을 맺고 슈팅배송을 진행 중이다. 한진은 이번 연휴 중 5~7일을 쉬지만 11번가의 슈팅배송 물량은 별도 인력을 구축해 배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배송 물량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은 5~7일이 휴무로 정해졌지만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당일·새벽배송 물량은 추석 당일을 제외하면 휴무 없이 배송이 이뤄진다. CJ대한통운의 배송 시스템은 연휴 3일간 운영이 중단되지만 네이버의 풀필먼트센터는 운영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역시 네이버의 배송 물량 운영을 협력사 등 별도 배송망을 활용한다.
쿠팡의 경우 추석 당일에도 기존과 동일하게 로켓배송이 운영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추석 당일에도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주문을 받는다. 쿠팡이 배송을 쉰 건 지난 6월 3일 대통령 선거 당일의 주간 배송을 멈춘 게 유일하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택배기사들은 평일, 주말, 명절 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하면서 개인 스케줄에 따라 휴무일을 조정해 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윈+윈+윈+윈 전략
긴 연휴에도 택배 배송 서비스가 이어지면 소비자들이 편리하다는 점 외에도 여러가지 장점이 따라붙는다. 우선 주문이 가능한 일수가 늘어나면서 주문이 특정 시점에 몰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빨간날'을 모두 쉬던 때엔 배송이 마감되는 날 주문이 급격히 몰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올해 추석으로 치면 9월 말보다 10월 1, 2일에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이 접수된다.
접수 물량이 넘치면 배송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연휴 전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서 갈비 등 신선식품을 보내거나 연휴에 사용할 제품을 주문했는데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택배 기사들 역시 연휴 직전엔 밤 늦게까지 배송을 해야 할 정도로 물량이 넘쳤다.
하지만 배송 가능 일자가 늘어난 데 더해 수요 예측 시스템, 탄력 배차 등을 통해 택배 물량을 분산, 이전같은 택배 대란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게 물류·유통업계의 설명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배송 가능 일자가 늘어나면 운영 폭이 넓어진다. 특히 추석 직전 주문량이 급증하는 갈비, 과일 등 신선식품류를 취급하는 판매자의 경우 품질 유지에도 유리하고 늦은 배송에 따른 반품 등의 리스크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배송 기사들의 경우 자신의 상황에 따라 연휴 수당을 더 받으며 근무할 수 있다는 게 메리트다. CJ대한통운과 쿠팡 등은 대부분 추석 연휴에 휴일 수당 등 추가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특히 추석 당일(6일) 이후엔 휴일 수당이 적용되지만 주문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연휴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연휴 중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들 역시 서비스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더라도 배송을 이어가는 게 낫다. 플랫폼부터 판매자, 소비자, 배송 기사까지 모두 '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마다 택배 대란이 일어나며 배송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조명됐지만 연휴 배송이 늘면서 오히려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며 "택배 예약·물류예측 시스템 등 IT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변화한 풍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