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K뷰티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최근 코스피에 상장한 에이피알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넥스트 에이피알'은 누가 될 것인가에 시선이 쏠린다.
새 역사 쓴 에이피알
뷰티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 등 신흥 강자들이 등장하면서다.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단연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와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앞세워 지난해 2월 코스피에 입성한 뒤, 불과 1년 반 만에 가파른 성장세로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그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으로 굳어졌던 '빅3' 구도는 에이피알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에이피알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5938억원, 영업이익은 1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149%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의 올해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에이피알의 뒤를 이어 달바글로벌도 지난 4월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달바글로벌은 뷰티 브랜드 '달바(d'Alba)'를 운영하고 있다. 달바는 '승무원 미스트'로 불리는 '달바 미스트 세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달바 시그니처'를 론칭해 뷰티 디바이스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달바글로벌 역시 상장 이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달바글로벌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2421억원,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3%, 83%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해외매출은 144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인디 브랜드 전성시대
국내 화장품 수출도 호조세다.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8% 증가한 55억달러(7조6659억원)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2023년 165개국이었던 수출국은 2024년 172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는 인디 브랜드의 활약 덕분이다. 최근 대기업이 아닌 론칭 10년 이내의 신흥 뷰티기업이 '글로벌 K뷰티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과거 중국 중심이었던 수출 판로를 미국·유럽·일본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의 성공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후 티르티르·라카코스메틱스·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잇달아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올해는 라운드랩 브랜드를 보유한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에이피알과 화장품 매출 '톱3'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장 전 구다이글로벌의 기업 가치를 최대 10조원으로 전망했다. 시가총액 8조원을 넘어선 에이피알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은 3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7억원으로 104.2% 늘었다.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브랜드를 합산하면 매출액은 약 9400억원에 달한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달 8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으며, 향후 3년 내 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파운더즈는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와 두피케어 브랜드 '프롬랩스' 등을 운영 중이다. 아누아는 인디 뷰티 브랜드 가운데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을 주도하는 대표 주자로 꼽힌다. 아누아는 지난해 아마존 톱 브랜드로 선정됐다. 북미 최대 유통 채널 얼타뷰티에도 입점했다. 아누아의 인기 덕에 더파운더즈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더파운더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9% 늘어난 42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57억원으로 264% 늘었다.
비나우는 스킨케어 브랜드 '넘버즈인'과 메이크업 브랜드 '퓌'를 앞세워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나우는 설립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2664억원, 영업이익은 75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3.7%, 216.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8.2%에 달한다. 인디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해외 매출 비중은 51.4%로, 미국·일본·중국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비나우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K뷰티의 입지를 강화했다면, 후발 주자들은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와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최근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K뷰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