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여러분은 어떤 라면을 좋아하시나요. 김치와 함께 먹는 라면, 삼겹살과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비빔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라면. 라면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자신만의 비밀 레시피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대체로 라면 봉지에 적힌 조리 방법 그대로 끓인 국물 라면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그 맛이 참 좋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라면을 먹으려다가 의외의 경험을 했습니다. 냄비가 작아 면을 반으로 쪼개서 넣으려는데, 그날따라 면이 유난히 단단한 겁니다.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던 만큼 순간 '라면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때문에 가장 먼저 유통기한을 확인한 뒤 제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눈에 띄는 문제를 발견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라면 봉지 뒷면에 '건면'이라고 적힌 식품 유형을 보게 됐는데요. 보자마자 바로 '아차' 싶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라면은 '건면'과 '유탕면'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아마 이때까지 라면을 쉽게 반으로 '탁' 부순 기억만 남아 있으시다면 모두 유탕면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건면은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오늘은 [생활의 발견]을 통해 건면과 유탕면을 파헤쳐 보겠습니다.K소울푸드
라면의 시초는 일본입니다. 1958년 일본의 식품 기업인 닛신식품의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면서죠. 당시 그는 덴푸라를 튀길 때 튀김옷에 있는 수분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면발을 튀긴 라면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이랬던 라면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건 1963년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 '불닭볶음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삼양식품이 일본 라면을 본떠 '삼양라면'을 내놓은 것이 출발점인데요. 덕분에 라면은 현재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라면 소비 순위 역시 매년 세계 상위권에 속해있을 정도죠.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시중에 유통되는 라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이 대부분입니다. 고압 스팀을 활용해 1차로 면을 쪄낸 뒤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 한 번 더 튀겨내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유통기한이 길어지고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입니다. 또 면의 식감이 바삭하고 쫄깃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선택지죠.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 먹거리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에 힘입어 튀기지 않은 라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건면'입니다. 익힌 면발을 열풍에 건조시키는 비(非)유탕 방식이죠.
아직까지는 건면을 활용한 라면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트에 가면 쉽게 접할 수는 있는데요. 농심의 '신라면 건면'과 '배홍동 칼빔면', 하림 더미식의 '장인라면 얼큰한맛', '장인라면 담백한맛' 등이 대표적인 건면 제품입니다. 건면은 면 안의 기름이 산패되는 문제가 생길 염려가 없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얇은 면발임에도 불구하고 끓이지 않으면 딱딱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면을 반으로 쪼개려다가 당황했던 것도 이 점을 몰랐기 때문이죠.건면=다이어트 라면?
건면은 라면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도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오해가 가장 많은데요. 면발을 튀기지 않은 만큼 건면의 '건'이 '건강함'을 뜻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입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건면으로 다이어트 해도 되나요'라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올 정도입니다. 과연 정말 다이어트가 될까요?
실제로 건면은 유탕면과 비교했을 때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 칼로리가 낮습니다. 이와 달리 나트륨 함량은 유탕면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면 특유의 담백함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일례로 신라면(유탕면)과 신라면 건면의 1봉지에 든 나트륨 수치는 1790㎎로 같습니다. 장인라면 얼큰한맛은 나트륨 함량이 1400㎎인데요. 이들 제품은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치(2000㎎)의 각각 90%, 70%입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건면 제품을 '다이어트용 라면'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겠죠.
물론 라면을 고를 때 '유탕면이냐, 건면이냐' 정답은 없습니다. 장점과 단점은 항상 어디에나 공존하는 법이죠. 중요한 건 어떤 라면을 선택하든 즐겁고 만족스럽게 먹는 게 중요합니다. 문득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농담이 생각나네요.
어떠셨나요. 이번 [생활의 발견], 유익하셨나요? 만약 건면이라고 적힌 제품을 보게 된다거나, 라면을 끓이려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다면 오늘 이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면 하나에 기술과 시대의 흐름, 우리의 생활 방식이 녹아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겁니다. 그럼 다음에도 일상 속 숨은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