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50만원과 9만원
지난 2019년 6월. 휴가를 맞아 일본 삿포로를 찾았습니다. 당시 항공권 가격은 약 50만원이었습니다. 오도리 공원도 가고 라벤더밭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7월부터 '노 재팬(No Japan)'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번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당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은 일본으로 향하지 않았고, 일본 의류·화장품·맥주·자동차까지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한 지인은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탄다는 이유로 주차장에서 차량 훼손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호기심에 일본행 항공권 가격을 검색해 봤습니다. 예상대로 항공권 가격은 반토막이 나 있었습니다. 성수기인 7~8월에도 후쿠오카행 항공권이 9만원대, 오사카행 항공권이 1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갔습니다. 삿포로 노선조차 10만원대 특가가 쏟아질 정도로 일본행 항공권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일본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자 항공사들이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특가 판매에 나선 겁니다. 이처럼 항공권은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 상품입니다.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항공권 가격'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동적 요금제와 운임 클래스
항공권 가격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는 항공사의 수익 관리 시스템에 있습니다. 항공권 가격 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요. 핵심은 '동적 요금제'와 '운임 클래스'입니다. 항공사와 온라인여행사(OTA)는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는 동적 가격 책정을 사용합니다. 수요가 증가한다고 판단하면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죠.
항공사는 이코노미석·비즈니스석·퍼스트석을 다시 세부 운임 클래스로 나눕니다.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환불 가능 여부, 예약 시점, 마일리지 적립률에 따라 요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컨대 같은 이코노미석이어도 가격 차이가 수십만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좌석은 가장 저렴한 운임 클래스부터 차례로 소진됩니다. "어제 본 가격보다 오늘 오른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사실 저가 운임 좌석이 매진돼 다음 단계 운임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동적 요금제는 예약률, 경쟁사 요금, 출발일까지 남은 기간, 유가·환율 등 다양한 요인을 실시간 반영합니다. 특정 노선 좌석이 빠르게 팔리면 수요 증가로 판단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경쟁 항공사가 특가를 내놓으면 즉시 가격을 내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항공편이 잘 팔리지 않는 경우 좌석을 채우기 위해 요금이 인하될 수 있습니다. 또 여행자가 취소하는 경우 일부 좌석은 더 낮은 가격으로 다시 해제될 수 있습니다.
항공권 가격, 검색할수록 비싸진다?
지난 7월 말. 캐나다 여행을 준비하며 항공권을 예매할 때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날짜, 같은 노선을 반복 검색하던 중 항공권 가격이 갑자기 10만원 이상 올라간 겁니다. 지인은 "검색을 자주 하면 가격이 오른다"며 "쿠키를 삭제하거나 시크릿모드로 검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시크릿모드로 들어가니 다시 낮은 가격의 항공권이 떴습니다. 이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검색할수록 항공권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이 퍼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OTA 사이트에서 캐시나 쿠키 설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다른 가격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 예약 플랫폼은 사용자의 검색 기록, 지역, IP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요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부유한 지역 이용자에게 더 높은 가격이 적용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색 횟수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가격 변동은 예약 시점·운임 클래스 소진 여부·알고리즘 때문이라는 겁니다. 검색 횟수나 IP 주소에 따라 운임을 차등 적용한다는 주장도 잘못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스카이스캐너는 "쿠키, 위치, 검색 기록에 따라 가격을 올리거나 조정하지 않는다"며 "항공편 및 휴가 가격이 빠르게 변경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적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이 가장 싸다
그렇다면 항공권은 언제 사는 게 가장 쌀까요. 업계에서는 과거 패턴을 분석한 결과 단거리 항공편의 경우 1~3개월,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2~6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출발 1년 전 예약은 오히려 비싸질 수 있다는데요. 이 시기에는 대개 가장 높은 '정가 운임 클래스'만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할인 운임은 출발 6개월 전, 3개월 전 등 특정 시점에 단계적으로 풀립니다.
출발 직전에는 남은 좌석 수가 적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수기가 아닌 경우 오히려 임박해서 항공권을 구매하면 '땡처리 항공권'이 풀리기도 합니다. 다만 설·추석 같은 극성수기에는 임박할수록 비싸집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1년 전 정가 예약이 가장 유리할 수 있습니다. 탑승 요일도 변수입니다. 화·수요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금·일요일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비싸지죠.
'티켓을 구매하는 곳'도 중요하죠. 항공사 홈페이지와 OTA의 가격은 종종 차이가 납니다. 항공사 직영 홈페이지에서는 특가 좌석을 한정 판매하는 경우가 있고, OTA는 편리하지만 수수료가 붙어 오히려 비쌀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반드시 비교 검색을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스카이스캐너, 트립닷컴 같은 메타서치 플랫폼이 항공권 가격 알림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특정 노선의 가격이 낮아지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항공편 추가 편성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6월은 항공사의 특가 마케팅을 노려볼 만한 시기입니다. 통상 6~7월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유류할증료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데요. 항공사들은 인상분이 반영되기 전 조기 예매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특가 프로모션을 내놓습니다. 여기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항공권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단순히 검색 횟수나 시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예약률, 경쟁사 운임, 유류비와 환율, 계절적 수요 등 다양한 요소가 실시간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렴하게 항공권을 사려면 항공사에서 진행하는 특가 프로모션을 꾸준히 확인하고, OTA의 가격 변동 알림 서비스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