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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990원 소금빵' 실험에…파바·뚜레쥬르는 웁니다

  • 2025.09.09(화) 16:57

슈카월드 ETF베이커리, 논란 끝 영업 종료
990원 소금빵, 베이커리의 폭리 논란 불러와
공정위, 베이커리 시장 독과점 문제 살필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만만한 게 프랜차이즈?

본인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을 겁니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소금빵 실험이 베이커리 업계 전반의 폭리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슈카월드가 운영하던 'ETF 베이커리'에서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하자 다른 베이커리에서는 소금빵을 왜 이렇게 비싸게 판매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입니다.

이슈가 확산하자 슈카월드는 ETF 베이커리의 운영을 중단했지만 이미 지펴진 불은 쉽사리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이 문제에 끼어들었습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빵 시장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이슈 등이 물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유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겁니다.

사진제공=파리바게뜨

이 과정에서 국내 대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로 불똥이 튄 건 당연한 순서입니다. 양 사는 국내 베이커리 전문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죠. 또 양 사 모두 대기업 프랜차이즈입니다. 영세 자영업자인 개인 베이커리보다 타깃이 되기 좋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빵값 논란'의 주범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를 지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베이커리 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핫'한 브랜드들 대신 중저가 시장을 겨냥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폭리'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진짜 비싸?

슈카월드의 990원 소금빵이 이슈가 된 건 '빵값이 비싸다'는 공통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빵값은 세계적으로도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요.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로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00g당 평균 식빵 가격은 한국(703원)이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 등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가격을 비교할 시 일본은  100g당 식빵 가격이 우리나라(510원)보다 높은 526원이었습니다. 베이글의 경우에도 한국이 100g당 1296원으로 나타난 반면 일본은 1442원, 프랑스는 1317원으로 더 높았죠. 빵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만 놓고 보면 어떨까요.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식빵 가격은 미국(1093원)이나 영국(1239원)보다 낮은 850원에 불과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상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번 '990원 소금빵' 논란에서 많은 사람들이 3000원이 훌쩍 넘는 소금빵 가격에 의문을 표했는데요. 막상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경우 '발효버터소금빵', '소금버터롤'을 2800원에 판매 중입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통신사 할인 등을 적용하면 2500~2600원 안팎인 셈이죠. 

반면 '소금빵 맛집'으로 알려진 개인 베이커리들의 경우 3000원이 넘는 건 물론이고 개당 4000원대인 곳도 있습니다. 날개 구매가 불가능하고 4~5개를 세트로 사야만 하는 곳도 많습니다. 슈카월드에 '990원 소금빵'을 공급했던 글로우서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스탠다드브레드'의 소금빵은 3000원입니다. 

남는게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빵값이 저렴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프랑스, 일본 등과 우리나라의 빵값을 직접 비교하는 것도 다소 불공평한 점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 낙농업 강국입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이 주식인 서양권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나라 일본도 밀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18%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1.4%입니다. 

버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호주, 프랑스 등은 대개 버터 수요를 거의 다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나라죠. 일본도 연 7만톤이 넘는 버터를 생산합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소비량이 2만톤 안팎인 데다 국내 생산분은 10% 정도인 2000톤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죠. 

뚜레쥬르 압구정직영점 전경/사진=비즈워치

게다가 빵은 원가율이 높은 식품 중 하나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빵류 당기총제조비용 중 원재료비와 인건비 비중은 2022년 기준 78.8%입니다. 여기에 임대료 등을 더하면 이익률은 3% 남짓입니다. 실제로 식품제조업종별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보면 음료제조업이 9.5%, 과자 제조업이 5.7%인데 비해 빵은 3.2%로 전체 평균(3.7%)보다 낮습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역시 각각 1.2%, 4.1%입니다.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업이익률 1%라면 보통은 이익을 너무 내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결국 한국의 빵값이 비싼 건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쌀밥에 김치를 우리나라만큼 싸게 먹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잘못한 것도 많고 고쳐야 할 점도 많겠지만, 높은 빵값을 좌지우지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건 '누명'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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