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대상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냉동실은 너무 좁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정간편식(HMR)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맛은 없지만 간편하다는 장점 하나로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먹는 간편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웬만한 집밥이나 식당 못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제품들도 많다.
특히 국이나 찌개, 탕 등 국물요리의 진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에 가까웠다. 짜기만 한 국물에 건더기 두어 개가 둥둥 떠다니던 볼품없는 국물요리는 사라지고 풍성한 건더기와 조미료 맛 없이 고급스럽게 우려낸 국물로 맛을 낸 프리미엄 국물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다만 맛까지 보장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냉동 제품을 찾아야 하는 한계는 있다. 보관이 용이한 상온 제품은 멸균 처리 과정에서 건더기의 식감이 크게 훼손된다. 두부나 버섯, 애호박 등 한식 찌개나 국에 많이 들어가는 연한 식재료는 거의 식감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제조사들 역시 이 때문에 국물요리의 경우 냉동 제품에 더 힘을 주고 있다.
냉동 국물요리의 치명적인 단점은 부피다. 다른 냉동 제품은 원물과 제품의 부피 차이가 크지 않고, 1인분씩 소분하면 관리가 편하다. 하지만 국물요리는 그 특성상 부피가 큰 편이다. 가뜩이나 작은 냉동실에 국물요리 제품을 위한 공간을 많이 할애하기는 쉽지 않다. 공간도 비용이라면, 냉동 국물요리는 꽤나 비싼 제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 바로 대상의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가 내놓은 '초간편 국물요리' 시리즈다. 국물요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제품의 '구성품'일 필요는 없는 '물'을 뺐다. 마치 라면처럼 내용물을 넣고 물을 부은 뒤 끓이면 국물요리 1인분이 완성되는 제품이다. 얼마나 간편하고 또 얼마나 맛을 제대로 냈을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호밍스 초간편 국물요리를 조리해 보기로 했다.
이게 라면이야 찌개야
호밍스 초간편 국물요리는 우거지 된장국·소고기 미역국·소고기 무국·묵은지 김치찌개·차돌 된장찌개·묵은지 부대찌개·고추장 짜글이·황태 콩나물국 등 8종이 출시됐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 찌개류부터 미역국. 콩나물국 등 맑은 국까지 일반적인 한국의 식탁에 오를 만한 국물은 종류별로 구색을 다 갖췄다.
국물요리에서 '국물을 빼자'는 아이디어는 '밀프렙'에서 왔다. 밀프렙은 주방에서 조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주문 전 재료를 손질해 두는 것을 의미한다. 찌개를 만들 때 고기와 채소, 해산물 등을 손질하고 양념과 코인육수 등을 넣는 과정까지를 제품화했다. 집에서 해야 할 조리는 냉동된 재료에 물을 붓고 끓이는 것뿐이다.
일반적인 국물요리 간편식이 2~3인분을 기준으로 판매되는 반면 1인분 소포장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보기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우선 부피와 무게가 확 줄었다. 일반적인 냉동 국물요리가 무게는 500g 이상에 3~4개를 넣으면 냉동실 한 칸이 꽉 차는 부피인 반면 초간편 국물요리는 개당 100g 안팎에 부피도 아이스팩 한 개 정도다. 20~30개를 넣어 둬도 부담이 없다.
더 놀라운 건 조리 과정까지 균일화했다는 점이다. 짜글이냐 찌개냐 국이냐에 따라 넣어야 하는 물의 양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단 물을 넣고 나면 모든 메뉴의 조리 시간이 3분으로 동일하다. 재료나 구성에 따라 조리 시간이 달라지지 않도록 공정을 표준화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한 번에 여러 개의 제품을 조리하더라도 시간을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다.
국물 없으면 밥 못 먹죠
8종의 국물요리 중 건더기의 풍성함이 중요한 고추장 짜글이, 햄과 소시지의 퀄리티가 중요한 부대찌개, 황태의 품질과 맑은 국물 맛이 관건인 황태 콩나물국 등 3종을 직접 끓여 봤다. 우선 고추장 짜글이의 돼지고기와 호박, 대파, 양파 등 핵심 원재료는 대부분 국산을 사용한 것도 가산점. 모든 원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한 정도는 아니지만 핵심 원재료는 대부분 국산을 이용했다.
조리 과정은 앞서 설명했듯 간단하다. 냄비에 국물요리 한 팩을 뜯어 넣고 물을 부은 뒤 3분간 끓인 후 먹으면 된다. 양은 딱 국그릇 한 개를 채우는 '정확한 1인분'이다. 건더기도 제법 풍성하다.
초벌 조리 후 급속냉동했기 때문에 콩나물의 아삭아삭한 식감, 쫄깃하게 씹히는 소시지의 식감 등이 그대로 살아 있다. 부대찌개의 소시지도 밀가루 맛이 강한 싸구려가 아닌 '고기고기'한 소시지다. 황태 콩나물국의 황태도 씹을 맛이 나게 도톰한 덩어리가 듬뿍 들어 있다.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과분한 퀄리티다.
이 제품의 제 1타깃은 물론 1인 가구다. 행정안전부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1012만2587세대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1인 가구용 제품을 고르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격도 행사가 기준 개당 3000원 미만이다. 외식 한 끼 식사가가 1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 찌개다.
하지만 이 제품이 '42%'만 보고 가는 건 아니다. 2~3인 가구라고 해도 매번 함께 식사를 하는 건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혼자 식사하는 횟수가 적지 않다. 노년층 역시 이 제품의 주요 타깃이다. 혼자 사는 시니어층은 인구 고령화와 함께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국물이 있어야 밥을 먹는' 문화에 익숙하다. 향후 '시니어 필수품'이 될 잠재력이 있다.
그래도 굳이 단점을 지적해 보자면, 포장 내에 제품이 너무 꽉 차 있어 팩을 뜯기 어렵고 가위에 내용물이 묻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팩처럼 넓고 얇은 판 모양이 아닌 다른 패키지를 이용하거나 내부 공간을 조금 넉넉히 제공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구성상 전자레인지 조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조금 더 간편한 전자레인지 조리 안내가 없는 것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