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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병=7.5잔' 공식은 오해였다

  • 2025.08.31(일) 13:00

[생활의 발견]소주 용량 이야기
1병 360㎖, 잔은 50~60㎖ 안팎
1병에 7.5잔 마케팅? 사실 아냐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K술=소주

요즘 전세계는 K컬처 붐입니다. 일부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유행이 아니라 각국의 주요 채널에서 한국 문화를 다룰 정도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K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1위는 물론 빌보드 차트까지 접수했고요. '불닭볶음면'의 인기도 여전합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의외의 K컬처가 있습니다. 바로 '소주'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소주 이야기를 하면 '외국인들은 술로 쳐 주지도 않는다', '알코올에 물과 감미료를 탄 가짜 술' 등의 비판 섞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요즘은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와서 "삼겹살에 소주"를 외치곤 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 소주를 모방한 '현지 소주'가 인기다./사진=윤서영 기자 sy@

그런데 우리는 소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생활의 발견]에서는 앞서 희석식 소주의 제조법을 다룬 '참이슬·처음처럼은 화학식 소주가 아니다'와 담금용 소주와 일반 소주의 차이를 다룬'담금용 소주와 참이슬·처음처럼은 뭐가 다를까' 등 소주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소주의 '내용물'이 아닌 '패키지' 이야기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소주 하면 생각하는 녹색 병과 작고 소중한 소주잔 이야기입니다. 왜 소주병은 녹색에 360㎖로 정해진 걸까요. 소주잔은 진짜 7.5잔을 따르고 한 병을 더 시키라는 마케팅의 산물일까요? [생활의 발견]에서 알아봅니다.

소주 한 병

우선 소주병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최근 소주병의 컬러 트렌드는 '투명병'이죠.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그렇고 롯데칠성의 '새로'도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소주를 마실 수 있게 된 20대라면 '소주병은 원래 투명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30~40대라면 '소주는 당연히 녹색병이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현재 소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소주들은 물론 추억의 '참나무통 맑은소주'나 '린', '좋은데이' 등 지방 소주들도 모두 '초록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60대 이상이신 어르신이라면 "내가 젊을 땐 소주병이 다 투명했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순서는 이렇습니다. 50~60년대 희석식 소주가 처음 나올 무렵의 소주병은 대체로 투명했습니다. 지금의 투명한 병은 그 시절의 소주병을 '레트로' 타입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죠. 그러다가 1992년 경월에서 '그린 소주'를 내놓으며 녹색병을 도입합니다. 이듬해 경월은 두산주류에 인수되고 곧 전국구 소주로 발돋움합니다. 그러자 진로도 녹색병을 내세운 참이슬을 출시합니다.

이후 2003년 기업에게 폐기물을 일정량 이상 재활용하도록 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도입되면서 소주 생산 기업들은 소주병을 공용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모든 소주병이 녹색으로 통일된 이유죠. 이 때문에 2019년 하이트진로가 하늘색 투명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출시할 때 경쟁사들과 환경단체에서 공병 재활용 체계를 무너뜨린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360㎖, 50㎖

소주에 관한 전설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아마 소주잔의 비밀일 겁니다. 소주 한 병을 따르면 정확히 7.5잔이 나오기 때문에 반 잔을 채우기 위해 또 한 병을 주문하게 된다는 거죠. 소주를 더 팔기 위한 소주 회사들의 마케팅이 담긴 용량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사실일까요?

우선 소주 한 병이 360㎖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전통 단위인 '홉'에서 온 겁니다. 1홉을 ㎖로 환산하면 180.391㎖가 되는데요. 즉 소주 1병은 2홉이 기준이 된 겁니다. 사실 '1홉=180㎖'는 일본 기준입니다. 일본의 사케는 일반적으로 4홉(720㎖)인데요. 초창기에 30도가 넘었던 고도수 술이었던 희석식 소주는 양을 절반으로 줄인 거죠.

그래픽=비즈워치

그렇다면 '7.5잔'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주요 소주 제조사들에 물어보니 대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애초에 7.5잔 주장은 허술한 점이 많습니다. 8할 정도를 채워 7잔을 따르면 반 잔이 남는다는 이야기인데, 보통은 남은 반 잔을 조금씩 더 나눠 따르는 게 일반적이겠죠. 실제로 소주잔에 술을 찰랑찰랑하게 채우면 60㎖ 정도가 들어갑니다.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딱 6잔입니다. 또 소주잔의 모양에 따라 미묘하게 한 잔의 양이 다르기도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 소주잔을 만들 때는 일본의 사케 잔을 참고해 소주잔을 제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초창기엔 지금의 소주잔보다 큰 70㎖ 일회용 잔이 대중적으로 '소주잔'으로 통했다고 하네요. 이후 한 입에 털어넣는 '원샷' 문화가 퍼지며 양이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사실 소주뿐만 아니라 역사가 오래된 술들의 용량은 한두 기업의 의도가 아닌, 술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정착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거죠. 아무튼 이제 소주를 마실 때마다 주류회사의 마케팅에 속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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