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서울과 경기 주거 선호지의 거래가 잇따르고 집값이 급등했어요. 정부가 연휴 이후 대출 한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깔리자 매수세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여요.
▷관련기사: 불붙은 서울 집값 '실거주·대출·세금' 총동원해 잡는다규제지역 '3종세트' 서울전역·경기 12곳 묶었다(10월15일)
특히 지난 2주간 한강과 인접한 지역과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집값이 크게 뛰었어요. 이 같은 상승세에 정부는 서둘러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시를 비롯해 경기도 주요 지역 12곳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어요. 규제 직전 치솟았던 집값 급등세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수그러들며 안정을 찾을지 관건이에요.
서울 집값 상승률 1% 넘긴 곳만 5곳
한국부동산원의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월 다섯째 주(9월29일) 대비 0.54% 올랐어요.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매주 발표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이 겹친 10월 첫째 주에는 변동률 발표를 건너뛰고 2주간 변동률 누계치를 공표한 것이에요.
서울에서 약 보름의 기간 가장 상승률이 두드러졌던 지역은 성동구에요. 성동구는 1.63%가 오르면서 이 기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어요. 이어서는 광진구(1.49%), 마포구(1.29%) 송파구(1.09%), 양천구(1.08%)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어요.
부동산원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추석연휴 전후로 매수 문의가 늘었다"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정주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물이 소진되며 상승 거래 발생하는 등 서울 전체가 올랐다"고 분석했어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진구에서는 지난 2일 광장동 '극동1차' 전용 84.55㎡(6층)가 28억원에 팔렸어요. 이 단지는 지난달 12일에 동일 면적(9층)이 26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다시 그 가격을 2억원 넘겨 팔린 거예요.
성동구에서는 한 단지에서 동일한 면적이 3일 연속으로 가격이 오르며 계약 체결이 되기도 했어요. 금호동2가에 있는 '래미안하이리버' 전용 84.98㎡였는데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매일 거래가 이뤄졌어요.
구체적으로 12일에는 해당 면적 19층이 21억5000만원에 팔리며 직전 거래(9월27일)보다 2억원이 더 비싼 가격에 팔렸어요. 다음날에는 동일면적 13층이 22억2000만원, 그 다음날에는 12층이 22억3000만원에 거래됐어요.
과천, 분당도 1% 이상 뛰어
9월 다섯째 주에서 10월 둘째 주까지 서울 소재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도 0.13% 올랐어요. 수도권도 0.25%가 오른 반면 지방은 보합을 나타냈고요.
수도권에서 경기도는 0.15%가 올랐어요. 여주시(-0.12%)와 이천시(-0.12%)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성남 분당구(1.53%)와 과천시(1.16%)가 1% 이상의 상승률로 경기도 전체 집값을 끌어올렸어요. 철산·하안동 위주로 오른 광명시의 상승률도 0.62%를 나타내며 경기도 전체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어요.
특히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까치마을 4단지'는 전용 134.83㎡(19층)가 지난 1일 19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어요. 직전 거래(3월31일)와 비교했을 때 3억7000만원 더 비싼 가격에 팔린 거예요.
과천시 갈현동에 있는 '과천르센토데시앙' 전용 99.94㎡(27층)는 지난 13일에 22억3000만원에 팔렸어요. 지난해 3월에 동일면적(19층)이 14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무려 7억9000만원이 더 올랐어요.
인천의 상승률은 0.03%에 그쳤어요. 마전·왕길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오른 서구는 0.09%가 올랐으나 영종도가 있는 중구는 0.03% 하락했어요.
지방에서는 울산광역시가 0.13%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대구는 0.07% 하락했어요. 8개도 중에서는 전북이 0.07%가 오른 반면 전남과 제주도는 각각 0.05%, 0.06% 하락했고요. 세종은 새롬·도담동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올라 0.07%의 상승률을 나타냈어요.
대출 규제로 변동성 커진 전세시장
전세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서울의 전세가격은 지난 2주간 0.17% 올랐고 경기와 인천도 각각 0.09%, 0.04% 상승했어요. 지방의 전셋값 상승률도 0.04%에요.
서울에서 전세가격 상승률이 눈에 띄는 곳은 송파구(0.46%)와 서초구(0.32%), 성동구(0.3%)에요. 송파구는 가락·잠실동 단지 위주,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위주로 올랐어요. 성동구는 행당·성수동에 있는 구축단지의 전셋값이 주로 상승했어요.
부동산원은 "대단지·역세권에서 선호단지 위주로 전세 상승계약이 포착되고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서울 전체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어요.
경기도 전셋값 변동은 중앙·별양동 위주로 오른 과천시(0.43%)와 학암·망월동 역세권의 상승률이 높았던 하남시(0.41%), 은행·금광동 위주로 오른 성남 중원구(0.40%) 등의 영향이 컸어요. 반면 이천시와 고양 일산서구의 전셋값은 각각 0.13%, 0.1% 하락했어요.
서울 고가 주택 밀집지와 경기도 주거 선호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담보대출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주택 가격에 따라 최대 2억원(25억원 초과 주택 대상)까지 낮췄어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그 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등 전세 대출 규제도 강화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차단에 나섰는데요.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포함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은 전세 낀 매매 불가, 2년간 실거주 의무, 입주권·분양권도 허가를 받아야 거래를 할 수 있어 거래량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짚었어요.
이어 "대출 의존도가 높고, 가격 전고점 회복 속도가 더딘 서울 노원, 도봉, 강북 등 중저가 주택이 몰린 지역은 매수세 약화에 따른 아파트값 낙폭이 클 수 있다"면서 "임대차시장도 허가구역 확대에 따라 전세 매물 잠김이 심화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어요.